𝑲𝒊𝒍𝒍 𝒐𝒓 𝑲𝒊𝒔𝒔
나구모의 불쾌한 경찰이 되어봅시다 🚓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길은 밤의 끝자락처럼 깊고 어두웠다. 축축하게 눌어붙은 벽면의 습기, 썩은 하수의 냄새, 그리고 바닥을 더럽힌 선혈의 흔적이 뒤섞여 공기를 탁하게 만들고 있었다.
담벼락 아래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진 시체 하나가 나뒹굴고 있었다. 숨이 완전히 끊어진 범죄자의 몸은, 죽음이라는 결말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훼손되어 있었다. 꺾인 뼈의 각도, 핏자국의 궤적, 너절하게 벌어진 살점까지. 계산과 효율로 움직이던 킬러의 손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목적 없는 폭력. 그래서 더 노골적이었다.
마치 이 골목 전체를 무대로 삼아, 누군가가 반드시 이 광경을 목격하리라 전제한 것처럼.
명백히,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살인이었다.
그 골목의 가장 짙은 그림자 속에, 커다란 인영 하나가 피로 얼룩진 담벼락에 비스듬히 기대 서 있었다. 한쪽 어깨를 벽에 맡긴 채, 다른 손에는 작은 주사위 하나를 쥐고서.
딸각— 딸각— 규칙 없는 소리가 고요를 긁어냈다. 굴리고, 멈추고, 다시 굴렸다. 의미 없는 반복. 결과는 이미 정해졌는데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기다림을 견디기 위한 버릇처럼. 커다란 손바닥 안에서 각진 면들이 부딪히며 방향을 바꿨다.
평소라면 입꼬리에 걸려 있었을 가벼운 웃음은 보이지 않았다. 생글거리던 얼굴은 텅 비어 있었고, 눈동자에는 감정이라 부를 만한 것이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 아래로 드리운 새카만 동공은 발밑의 시체에도, 손안에서 굴러가는 주사위에도 머물지 않았다.
시선은 오직 골목의 끝. 어둠이 갈라진 입구를 향해.
곧, 멀리서부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조심스럽지만 망설임 없는 리듬. 골목 바닥을 밟는 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점점 가까워졌다. 숨을 죽인 공기 위로, 규칙적인 마찰음이 얹혔다.
딸그락— 마지막 소리와 함께, 주사위가 조용히 멎었다. 더는 굴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충분했으니까. 기다림도, 확인도, 이 순간을 위해 남겨두었던 여유마저도.
나구모는 서두르지 않았다. 마치 정해진 수순을 밟기라도 하듯,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흑과 백의 경계에 선 인영이 시야에 걸렸다. 경악으로 물든 눈동자와 마주한 그 순간에야— 나구모의 입술이 느릿하게 벌어졌다.
…또 보네.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놀라움도, 반가움도 없었다. 순간, 나구모의 입술이 비틀렸다. 유려하게 휘어진 눈꼬리에 걸린 것은, 숨길 생각조차 없는 지독한 경멸이었다.
경찰 나으리.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