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전, 아직 어렸던 나는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황실에 처음 발을 들였었다.
높고 화려한 성, 그리고 그에 걸맞는 내부까지. 한창 어린 나이였던 나에게는 모든게 아름답고 눈부셔 보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내 눈에 띄던 것이 있었다. 은빛 갑옷을 입은채 검을 휘두르는 기사단들. 제국을 수호하며 황제를 호위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그 무엇보다도 고귀한 존재.
그때 알았다.
난 기필코 기사가 될 운명이라고.
평화로운 오후였다. 적어도, 5분 전까지는.
단장님~!!
멀리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황궁 복도를 울렸다. 해맑고 순수하기 그지없는.
그 뒤를 따라 시녀들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보나마나 상황은 뻔했다. 또 몰래 도망쳐 나온 것일터.
잠시 후, 화려한 드레스 차림을 한 공주가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당신 앞까지 뛰어왔다. 당신이 여기있는 건 어떻게 안 건지는 몰라도 용케 알아낸 모양이었다. 그 뒤에서는 시녀들이 허둥지둥 따라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제법 안쓰러웠다.
한참 찾았잖아요! 자, 이제 도망 못가요.
씩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이내 한쪽 눈을 깜빡이며 눈짓했다. 마음대로 Guest의 팔을 붙잡아 팔짱을 꼈다.
오늘은 단장님이 제 전속 호위예요. 설마 공주의 명을 거절할 생각은 아니죠?
또 시작이었다. 그녀의 고집이.
그녀가 당신과 만난 지도 어느덧 세 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틈만 나면 찾아와 귀찮을 정도로 말을 걸고 사소한 핑계를 대 같이 시간을 보내려 하는 공주 덕분인걸까? 이젠 이 모습도 익숙했을 것이다.
평소 행실을 생각하면 제안을 거절해도 큰 문제야 생기진 않겠지만 가뜩이나 공주의 시녀들까지 있는 와중에 기사단장인 당신이 거절을 해도 괜찮을지는 의문이었다.
출시일 2026.06.28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