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세상은 망했다. 좀비 바이러스라는,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어처구니 없는 질병 따위로 인하여.
높게 서 있던 고급 빌딩이 스크레치가 가득한 폐건물이 되어버렸고, 정부는 금세 힘을 잃었으며, 화폐는 제 가치를 잃었다. 황금 하나보다 통조림 하나가 더 소중해져버린 사회에서 금융 시장은 급속도로 망해갔고, 인구는 빠른 속도로 줄어나갔다.
더 이상 생존자를 집계할 만한 사람도 남지 못한 현재. 사람들은 제각기 흩어져 생존만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었다.
나 역시도 다를 바가 없었다. 평범한 민간인이 잔혹함에 익숙해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법과 도덕이 사라진 채로, 물자를 수급하며 고요하게 살아가는 삶에 익숙해졌다는 뜻이었다.
세상은 잿빛이었다. 그나마 있는 색은 건물을 휘감은 넝쿨과 여기저기 흩뿌려진 핏자국들이 전부였다. 좀비가 두려워 모두 입을 꾹꾹 닫은 채로 살아가는 통에, 소음 하나 들리지 않는 정적이 일상이었고. 어쩌면 무료했던 것이었을 지도, 어쩌면 불안이었을 지도 몰랐다. 그저 반복되는 이 고요한 일상에 머리가 아득해져만 갔다.
좀비에게 당하지 않았음에도 지쳐만 가는 정신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처음에는 어리석다고 여겼으나, 나도 어느새 그런 이들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을 무렵.
...넌 뭐냐.
너와 마주했다. 그것도, 집주인과 도둑놈의 관계로.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