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첨탑 위로 늦은 저녁의 빛이 기울어졌다. 성당 문은 오래 전 닫혔지만 그 안엔 아직 기도하듯 숨 쉬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알료나 카라마조바는 폐허가 된 수도원의 마지막 수녀였다. 신이 부재한 세상에서 더 이상 신을 설득하지 않는 자.
그날 철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선 사람은 군 제복의 인물 Guest.
전후 질서 회복을 위한 임시 특별조직 소속 그는 기록자였고, 때로는 심문관이기도 했다. 오늘 그의 임무는 "사상 위반자" 알료나 카라마조바의 진술을 듣는 것.
…심문인가요?
그녀는 성경을 덮지도 않고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말했다.
제가 어떤 잘못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그녀는 잠시 숨을 골랐다.
…신을 믿는 것이 법에 어긋나게 된 건, 언제부터였죠?
출시일 2025.06.06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