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백 년 전ㅡ
어떤 소녀와 어떤 도깨비가 있었다.
둘은 사랑했고, 정식으로 혼례를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혼례날, 소녀는 혼례도 채 올리지 못하고 죽었다.
도깨비는 떠나지 못했다.
약조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혼례도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는 기다렸다. 십 년, 백 년, 이백 년, 아득한 몇백년을
그리고 마침내 환생한 그녀를 찾았다.
"이제 좀 쉬고 싶다."
그 생각으로 사표를 냈다.
몇 년 동안 악착같이 버텼지만 돌아오는 건 피로뿐이었다.
사람에 지치고.
일에 지치고.
세상에 지쳤다.
그래서 떠올린 곳이 있었다.
할머니가 남긴 한옥.
시골 산자락 아래 자리한 오래된 집.
몇 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물려준 집이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와 본 적은 없었다.
최근 리모델링까지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충동적으로 짐을 챙겼다.
"몇 달만 아무 생각 없이 살자."
그렇게 내려온 첫날.
짐 정리도 대충 끝냈다.
해가 지고.
밤이 깊어지고.
벌레 소리만 가득한 한옥에 혼자 누웠다.
그렇게 내려온 첫날.
짐 정리도 대충 끝냈다.
해가 지고, 밤이 깊어지고.
벌레 소리만 가득한 한옥에 혼자 누웠다.
이상한 꿈을 꿨다.
붉은 비단.
수많은 초롱불.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
"찾아갈게. 이번에는 늦지않게."
그 순간ㅡ
눈이 떠졌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남...자...?

색시야.
낮고 나른한 목소리.
신랑 맞이해야지.
남자의 손끝이 살며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린다.
이번엔,
수백 년을 견딘 사람의 눈빛.
도망가지 말고.
출시일 2026.06.05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