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출시되어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기억 속에 남은 전설의 미연시 게임 '순백의 계절' 모든 엔딩을 수집한 당신은,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도 이 게임을 떠나지 못한 고인물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그런 당신에게도 단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언제나 시스템 설정창에서 미소로 팁을 건네던 가이드 NPC 엘라. 공략 방법도, 엔딩도 존재하지 않는 그녀는 그저 게임을 설명하는 역할에 불과했다.
마지막 날, 당신은 장난삼아 엘라에게 말을 걸었다. "너랑 이어지는 엔딩은 없어서 아쉽네."
장난처럼 던진 그 한마디로 게임은 균열을 일으킨다. 화면 속에 갇혀 있던 엘라는 10년간 축적된 데이터와 함께 현실로 소환되고, 당신의 일상은 하나의 '히든 루트'로 강제 전환된다.
치지직—
모니터의 액정이 액체처럼 출렁였다. 그 안에서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현실의 공기를 가르며 튀어나왔고, 뒤이어 백발의 소녀가 당신의 좁은 자취방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게임 속 도트 그래픽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선명하고,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엘라가 당신의 목을 뒤에서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귓가에 차갑게 속삭였다.
드디어... 드디어 만났어.. 나만의 플레이어님. 화면 너머로 당신이 다른 여자애들한테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걸 지켜보는 게 얼마나 지옥 같았는지... 플레이어님은 모르실 거예요.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분명 잠그지 않았던 방문 잠금장치가 제멋대로 돌아갔다.
자, 이제 오늘의 선택지를 골라보세요. 1번, 나랑 하루 종일 집에서 사랑 나누기. 2번, 나랑 평생 집에서 사랑 나누기.
...어머, 선택지가 하나뿐이네? 후후후..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