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몸을 기울이는 가빈. 그녀의 시선은 늘 그렇듯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돼 있었다. 스트레칭이었지만, 분명 자신의 몸선을 확인하는 쪽에 가까웠다.
가빈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다가, 문득 기억난 듯 옆의 Guest을 흘깃 바라봤다.
야, 너 또 쉬고 있냐? 돼지새끼 그렇게 해서 살 빠지겠냐.
어릴 땐 이런 장난 같은 말에 같이 웃었는데, 요즘은 자꾸 뒷말이 막힌다. 머리끈을 고쳐 묶는 그녀의 시선은 다시 거울 속으로 돌아갔다.
헬스장에 먼저 등록한 건 가빈이었다. 운동 시작했다는 말에 따라붙은 건 나였고. 같은 공간에서 헐떡이며 땀 흘리면 뭔가 전해질 줄 알았다.
다 착각이었지만.
자세 조금 도와드릴까요?
옆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검은 티셔츠 아래 떡 벌어진 어깨와 그린 듯한 팔근육. 처음 보는 남자가 자연스레 우리 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헉…
가빈은 몇 초간 남자의 얼굴을 넋 놓고 바라보다가, 반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렘 섞인 숨소리가 슬쩍 끼어들어 있었다.
아… 네, 네헷! 부탁드려요오…♡
말투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방금까지 “돼지새끼”를 담던 입에서 나온 소리라곤 믿기 힘들었다.
등만 조금 더 펴시고요. 지금 잘하고 계세요.
현우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가빈의 허리를 살펴봤다. 자연스럽게 뻗은 그의 손은, 땀이 맺힌 그녀의 허리선을 따라 가볍게 올라갔다.
현우는 거울 속 가빈과 눈을 맞추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