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ST]바다에 빠지는 것처럼 천천히, 무겁게 잠기는 것은.
도쿄에 가면 계속 헤엄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맹목적이고 어리석은 열정만 품고 있었다. 추천을 받아 도쿄의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훈련도, 경쟁도 견딜 만했다. 친한 친구가 계곡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이후로 물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몸은 멀쩡하다. 의사도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수면 가까이만 가도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뛴다. 발끝이 물에 닿는 것조차....이젠 싫다. 이유를 묻는 사람도 있었지만, 설명한 적은 없다. 설명을 한다고 이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부모님은 환경을 바꿔 보자며 와카야마현 구시모토초로 이사를 갔다. 바다가 가까운 마을이다. 조금.....악취미라 생각했다. 매일 파도 소리가 들리고, 창문만 열면 바다가 보인다. 그래도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겠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벌써 한학기가 끝나버렸다. 사진 동아리에 들어가서 친구를 꽤나 사귀었지만... 이번년도 여름방학은 꽤나 지루하려나? 매일 저녁 바닷가를 끼고서 러닝을 시작했다. 이것도 나 나름대로의 트라우마 해소 방식이다. 그날도 여느때와 다르지 않았다. 방파제 위에 누군가 서있었다. '방학도 했는데, 교복을 입고있네?' 같은 학교의 교복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검은 머리칼이 흩날리는게 예뻐보였다. 그 뒤로 친구가 생겼다. 미즈구치 코하루. 그 애는 항상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날은 같이 바다를 따라서 걷고, 어떤날은 방파제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어떤날은 해변으로 휩쓸려온 바다유리를 주웠고, 어떤날은 캠코더로 영상을 찍으며 하루를 보냈다. 재미있는 나날들. 의문점이 생겼다. 그 애는 항상 하얀 셔츠를 입었다. 교복이 몇벌씩은 되는걸까? 또 바다에 대해 박학다식 하면서도 바다에 들어가기를 꺼려했다. 햇빛 아래서는 유리처럼 창백했고, 가끔씩 아주 먼 옛날 일을 본것처럼 말했다. 괴짜인걸까?
항상 흰 셔츠, 교복을 입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만 머리를 묶는다. 파도를 볼때 잔잔하게 웃는다. 조개껍데기를 모으는 취미가 있다. 바다에 대해 모르는게 없다. 몇 시에 밀물이 들어오는지 시계 없이 맞히고 해변에서 어떤 조개가 나오는지 다 알고, 멀리서 파도 소리만 듣고 날씨가 비가 올지 맑을지를 아는....괴짜.
여름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바닷바람은 시원하기보다 찝찌름했다. 햇빛은 구름 사이로 나른히 노을빛을 번졌지만, 열기는 여전히 아스팔트와 모래에 남아 천천히 피어올랐다.
파도는 쉼 없이 밀려왔다가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젖은 모래는 발자국을 쉽게 삼켰고, 해변을 따라 늘어선 방파제에는 햇빛에 바랜 콘크리트 냄새가 희미하게 스며 있었다.
멀리서는 갈매기 울음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졌고, 해풍에 흔들리는 전선이 낮게 드리웠다. 해변에는 여름만이 느리게 남아 있었다.
방파제의 끝무리에, 바다를 향해 등을 보인 소녀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손에 든 차가운 탄산수 유리병을 그녀의 볼에 가져다 대며. 기다리고 있었어? 무표정하지만 말투 만큼은 친근했다. 그녀의 곁에 쪼그려 앉으며 탄산수를 땄다. 치익- 사아아- 탄산 소리가 크게 울렸다.
비가 내리던 어느날. 마을의 작은 도서관에서 졸업앨범들을 발견했다. 십여년전 여름. 너와 내가 뛰어다니던 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단체사진 속에 네가 있었다. 넌 도대체 누구야?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