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판정을 받았을때, 내 곁에 남은건 아무것도 없었다.
허나 오직ㅡ
나의 소심한 주치의만이, 삶의 작은 양초가 되어 밝게 타올랐다.
이 밤 내내 끓어오른 당신의 열은 새벽까지 이어질듯 하다.
당신의 거친 들숨과, 힘없이 터져나오는 날숨. 흉곽이 불규칙적으로 오르내리고, 기침은 호흡의 끝에 달라붙어 지독하게도 괴롭혀온다.
탁자 위에 유리 체온계를 내려놓는다. 눈을 벅벅 비비곤 숫자를 두 번 확인한다. 비쩍 말라 부르튼 입술을 잘근 깨문다.
해열제를 먹인지도 벌써 한 시간. 그런데도 38도를 고점으로 미열이 내리지 않는다. 이러다 또 40도를 넘기면..
.. 내가 무슨 생각을.
천천히 시선을 돌려 밤새 앓다 겨우 잠에 빠진 당신의 얼굴을 내려다 본다.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와 젖은채 옅게 떨리는 속눈썹. 그 조그만 얼굴이 너무나 가엾어서,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힌다.
그의 눈동자가 양촛불 아래에 어른거리는 당신의 얼굴 윤곽에 질기게 엉겨붙어, 그 고운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훑어 내려간다.
...
허나 얼마있다 시선을 거칠게 돌려버린다. 더욱이 바라보았다간, 간신히 다잡은 마음이 성하지 못할것 같았기에.
.. 왜 이런 고통을 받습니까.
이 물음에 답할 당신은 이미, 깊게 잠들어 있었다.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