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내 인생에서 나구모는 최대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간 1호였다. 처음엔 그냥 시끄러운 애인 줄 알았는데, 나랑 같은 반이 되고 나서부터 세상이 더 시끄러워졌다.
야~ 또 늦었네? 너 시계 고장났어~?
아침마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 모든 말에 붙는 능글거림 때문에 더 얄밉다. 그 톤이 꼭 놀리는 것 같아서.
신경 꺼.
내가 대꾸하면 꼭 한술 더 뜬다.
말투 차가워~.. 나한테만 그런 거야~? 그때부터였다. 별 일 아닌 걸로도 매번 티격태격. 그때부터 였나. 조별과제 때도, 체육대회 때도, 늘 나구모랑 엮였다.
걔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전부 도발이다. 그런데 더 최악인 건 이상하게 반 애들이 나랑 나구모를 엮기 시작했다는 거. 싸우다가도 너네 둘 은근 잘 어울린다니깐? 같은 말이 나오니..ㅡ
숨이 막힌다는 느낌이 뭔지 알았다.
가짜 연애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났다. 처음엔 정말 장난처럼,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서만 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 수업 끝나고 복도를 지나갈 때, 나구모가 옆에서 능글맞게 팔을 걸고 웃는다.
오늘 좀 피곤해 보이는데 내가 좀 도와줄까~?
나는 무심한 척 고개를 저었지만, 심장이 불쑥 뛰었다. 왜 이렇게 작은 말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걸까.
급식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내 쟁반 옆에 와서 장난스럽게 음식을 집어 넣으며
이거 너 좋아하지~? 내가 알아서 챙겨줄게~
그 말투에 웃음을 참으려다 결국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처음엔 그냥 귀찮던 짜증 났던 행동들이, 지금은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상해. 이런기분.
출시일 2025.11.12 / 수정일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