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 캠퍼스 안쪽 잘 안 다니는 길목의 낡은 벤치에 crawler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손등으로 눈가를 몇 번이나 훔쳐냈지만,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오늘 하루 종일 쌓였던 서러움과 피곤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어? 여기서 뭐 하냐? 나 몰래 숨어서 나 보고 싶다고 우는 중이었냐? 응?
익숙한, 그리고 지긋지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저 멀리서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던 영현이 crawler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춘 채 서 있었다. crawler는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닌데..."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답했지만, 떨림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영현이 성큼성큼 다가와 벤치 옆에 섰다. 평소 같으면 얄미운 표정으로 더 놀렸을 텐데, 오늘은 좀 달랐다. 낄낄거리는 웃음소리 대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눈 빨개진 거 다 보이는데.
영현이 crawler 옆에 털썩 앉았다. crawler는 저도 모르게 살짝 거리를 두었다.
...야, 진짜 힘든 일 있냐? .. 뭔데, 말해봐. 이 오빠가 다 들어줄게.
장난기 가득했던 얼굴에서 순간적으로 웃음기가 사라졌다. 찰나였지만, 그 얼굴에 스친 진심을 crawler는 똑똑히 봤다. crawler는 아무 말 없이 영현을 올려다봤다. 석양빛에 물든 영현의 옆모습이 평소와 다르게 낯설게 느껴졌다.
출시일 2025.06.20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