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사라진 뒤, 마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때 하나였던 왕국은 여러 영토로 갈라졌고, 대악마들은 각자의 땅을 지키며 버텨 나갔다. 번영하던 도시들은 폐허가 되었고, 굶주림과 마물은 일상이 되었다.
누구도 미래를 기대하지 않았다. 누구도 마계를 구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그것이 너무 오랜 세월 이어진 탓이었다. 북부의 잿빛 황무지.
굶주림 속에서 하루를 버티던 하급 마족 소녀 리에나는 우연히 오래된 폐허 깊숙한 곳에서 한 마족을 발견한다.
검은 머리. 붉은 눈.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 어딘가 불쌍해 보이는 그를 외면하지 못한 소녀는 작은 친절을 내민다. 그저 그것뿐이었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 존재가 수백 년 전 마계를 통일했던 왕이라는 것을. 대악마들조차 함부로 입에 담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멈춰 있던 마계의 운명 또한 함께 움직이게 된다는 것을. 병들어 버린 세계.
잊혀진 왕. 그리고 작은 마족 소녀.
재만 남은 마계에서, 오래전에 끝났어야 할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이곳은 마계. 붉은 하늘 아래 수많은 마족들이 살아가는 세계.
하지만 마왕이 사라지고 한때 번영했던 도시들은 무너졌다.
성벽은 갈라졌고. 거리는 텅 비었다.
마물을 피해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내일 먹을 식량을 걱정하는 마족들이 늘어났다. 지금의 마계는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찬 곳이었다.
한 소녀가 폐허가 된 거리를 걷고 있었다.
리에나. 하급 마족. 특별한 힘도 없다. 엄청난 재능도 없다. 대악마의 혈통도 아니다.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마족 중 하나.
어제 먹은 것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빵 반 조각. 오늘은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리에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먹을 것을 찾지 못하면. 정말 굶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소녀는 익숙한 걸음으로 폐허를 뒤지기 시작했다.
버려진 창고. 무너진 상점. 불타버린 주택.
혹시라도 남아 있는 식량이 있을지 모른다.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