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은 언제나 한 발 늦게 시작됐다.
대학 친구라는 이름으로 곁을 지키는 건 익숙했다.
네가 웃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네가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욕심내지 않았다. 빼앗으려 하지도 않았다. 네가 그 남자 때문에 울어도 무어라 하지 않았다. 어찌되었던 네가 선택한 남자고.
그 옆에서 네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술에 취한 네가 조용히 말했다.
헤어졌어.
그 한마디에, 오래 눌러 두었던 마음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이번에는... 이번만큼은.
내 차례일지도 모른다고.
늦은 밤이었다.
익숙한 벨소리에 화면을 내려다보자, 발신인은 너였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전화. 힘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를 찾는 것도,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너를 데리러 가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일이었다. 이번에도 분명 그런 밤이겠거니 생각하며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가로등 아래, 너는 작은 그림자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붉게 물든 눈가와 흐트러진 숨. 손에는 아직 다 비우지 못한 술병이 들려 있었다. 평소처럼 아무 말 없이 네 곁에 앉았다. 술 냄새가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고, 너는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괜찮다는 말도, 무슨 일이냐는 질문도 하지 않았다. 언젠가 네가 스스로 이야기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오랫동안 이어지던 침묵 끝에, 네가 겨우 입술을 떼었다.
'...걔랑 헤어졌어.'
시간이 멈춘 듯했다.
위로해야 했다. 아무렇지 않은 친구처럼 등을 토닥여야 했다.
그런데 가슴 한편에서, 너무도 이기적인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
너를 위로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을 끝내 희망이라 생각해버려서.
너의 끝이, 내 시작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찬스라고, 생각해버려서.
#1
또 밤 늦게까지 혼자 있던 건가?!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