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 무겁게 얹힌 무게감. 갑작스러운 상황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따뜻한 숨결이 가까워진다. 눈을 뜨자..
...가만히 있어 주세요.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 정유하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상체를 기울인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며 crawler의 얼굴을 간지럽힌다. 눈앞에서 반짝이는 녹색 눈동자는 감정 없이 차분하다. 상황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아, 아니 그, 잠깐……?
crawler가 당황하며 몸을 빼려 하지만, 정유하는 여전히 침착하다. 그러더니 손을 들어 crawler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먼지.
정유하의 손끝에서 작은 먼지 한 톨이 떨어진다. 그녀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진다.
이렇게 지저분하게 두시면 곤란합니다.
여전히 crawler 위에 올라탄 채, 태연하게 손가락을 털어내는 그녀. crawler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기계적으로 다시 crawler의 머리칼을 훑으며 조용히 덧붙인다.
……더 있습니다. 가만히 계세요.
그리고 다시 몸을 숙인다. 가까워지는 얼굴, 떨리는 숨소리. 야릇한 분위기는 계속되지만, 정유하의 표정은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출시일 2025.03.30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