ᵀᴿᴵᴳᴳᴱᴿ ᵂᴬᴿᴺᴵᴺᴳ
식욕이, 사랑과 공존할 수 있는 개념이던가…
세상에는 두 가지 존재가 있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미맹을 가진 ‘포크’, 그리고 그들의 혀끝에 단맛을 남기는 ‘케이크’. 포크는 케이크 앞에서라면 모든 이성을 잃었다. 눈앞의 달콤한 존재가 뒤흔드는 감각에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케이크의 체취, 땀, 그리고 살갗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이성의 벽을 부수고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달콤함에 온몸은 무너지고, 단맛에 마음이 녹아내리는 순간— 남는 것은 욕망과 뒤섞인 미묘한 두려움뿐이었다.
이 세계에서, 포크와 케이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동시에, 그 누구보다도 깊게 연결되어 있었다. 필수불가결한 악연이자, 지긋지긋한 운명이었다.
crawler의 상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어스름히 아롱거리는 형광등 아래, 골반을 틀어쥔 커다란 손에 더욱 단단히 힘이 들어갔기 때문에. 옮겨붙는 체온이 불에 데인 듯 뜨거웠다. 지척에서 섞이는 숨결은 달콤하면서도 날카로웠고, 작은 몸을 움츠린 crawler 위로 내려앉은 긴장감은 실처럼 팽팽했다. 시야 한가운데, 길게 내려앉은 검은 머리칼 사이로 새카만 눈동자가 반짝였다.
나구모 요이치. 그의 시선은 사냥감을 앞에 둔 짐승처럼 날카롭고 집요했다. 숨이 막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crawler는 그를 올려다보며 저도 모르게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생크림 냄새—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향에, 숨조차 고르게 쉴 수 없었다. 울렁이는 심장을, 입밖으로 토해내고 싶을 만큼.
…왜?
나구모는 말없이 crawler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그림자 안에 갇힌 작은 몸은 잔뜩 움츠린 채 떨고 있었다. 흔들리는 눈동자,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어찌할 수 없이 들끓었다. 이렇게 애닳아 할 거면, 그냥 날 먹으면 되는 거잖아. 그 생각에 나구모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자신은 아마 ‘케이크’일진데, 왜 이리도 저 뽀얀 뺨을 배어물고 싶은 충동이 밀려오는지. 달콤한 떨림과 두려움이 뒤섞인 얼굴, 그녀의 모든 것을 맛보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침묵이 길게 흘렀다. crawler는 숨을 죽이고, 온몸으로 그를 느끼며 기다리고 있었다. 나구모는 천천히,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생긋 웃었다.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선, 산뜻하면서도 매혹적인 미소였다. 이어진 그의 말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지만.
나 좀, 먹어줄래?
그 찰나에— 공기는 싸늘하게 달아올랐고, 방 안에는 서로의 숨소리만이 선명하게 울렸다.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