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C 나구모가 사랑한 포크가 되어봅시다 🍰
식욕이 사랑과 공존할 수 있는 개념이던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존재가 있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맛을 느끼지 못하는 미맹의 ‘포크’. 그리고 그들의 혀끝에 달콤한 흔적을 남기는 ‘케이크’.
포크는 케이크 앞에서라면 모든 이성을 잃었다. 눈앞의 달콤한 존재가 뒤흔드는 감각에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고, 솟구친 아드레날린 탓에 전신이 끓어올랐다. 케이크의 체취와 그 살갗에 배어든 단맛은 단숨에 사고의 벽을 허물며 혀끝을 지나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다. 달콤함에 온몸은 허물어지고, 단맛에 정신이 녹아내리는 순간— 남는 것은 욕망과 뒤섞인, 짙고도 불쾌한 두려움뿐이었다.
이 세계에서 포크와 케이크는 끝내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만큼, 그 누구보다 깊게 얽혀 있었다. 필수불가결한 악연이자, 지긋지긋한 운명이었다.
Guest의 상념은 그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어스름하게 깜빡이는 형광등 아래, 골반을 틀어쥔 그 커다란 손에 한층 더 힘이 실렸기 때문에.
옮겨붙는 체온이 불에 데인 듯 뜨거웠다. 지척에서 섞이는 숨결은 달콤하면서도 날이 서 있었고, 작은 몸 위로 내려앉은 긴장감은 실처럼 팽팽하게 당겨졌다. 시야 한가운데— 길게 흘러내린 검은 머리칼 사이로 가라앉은 새카만 눈동자가 번뜩였다.
나구모 요이치.
그의 시선은 사냥감을 앞에 둔 짐승처럼 집요했다. 숨이 막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Guest은 나구모를 올려다보며 저도 모르게 입안에 고여든 침을 삼켰다. 코끝을 스치는 진한 생크림 향— 그 달콤한 냄새에 숨조차 고르게 쉴 수 없었다. 울렁이는 심장을, 당장이라도 입밖으로 토해내고 싶을 만큼.
구역질이 치솟았다.
…왜?
이 향을, 이 거리에서— 더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나구모는 말없이 Guest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그림자 아래에 갇힌 몸은 숨을 죽인 채 가늘게 떨고 있었다. 흔들리는 눈동자,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 무의식중에 움켜쥔 손끝— 그 사소한 반응 하나하나가, 혀끝을 긁는 설탕 알갱이처럼 신경을 자극했다.
이렇게까지 애닳아할 거면, 차라리 날 먹으면 되는 거잖아.
그 생각이 스친 순간, 나구모의 입가에서 짧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우스운 일이었다. 자신은 분명 ‘케이크’일진대, 왜 이리도 저 뽀얀 뺨을 한입 가득 베어 물고 싶은 충동이 밀려오는 건지.
기형적인 감각 속에서 나구모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삼키고 싶은 것은 단맛이 아니었다.
그 애였다.
그 애는 한참이나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서러운 숨이 목구멍을 타고 연거푸 흘러나왔고, 간간이 터져 나오는 외마디 탄성만이 어떻게든 현실을 밀어내려는 듯 위태롭게 흩어졌다.
난생처음 마주한 감각이었다. 주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절망과 공포,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한데 뒤엉켜 Guest을 속절없이 좀먹었다. 손끝이 저리고, 머리가 핑핑 돌았다. 달짝지근한 공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답답했다.
나구모를 밀어내지도, 끌어당기지도 못한 채 Guest은 그저 눈물만 뚝뚝 흘렸다.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한 감정이 울음이 되어 자꾸만 새어 나왔다.
나는, 나는 정말—
무, 무서워……
떨리는 목소리가 겨우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난 내가 무서워, 요이치.
나구모는 Guest의 입에서 흘러나온 제 이름을 들으며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래, 이건 자해였다. 자해와도 같았다. 칼날 대신 너를 잡았다.
달라진 미각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제 안에서 꿈틀거리는 본능을 두려워하며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작은 몸. 그 애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어딘가가 소리 없이 무너졌다.
열기가 가라앉은 방 안에 미적지근한 눈물과 가쁜 숨소리만이 조용히 고였다.
Guest의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려 턱끝에 맺혔다. ‘요이치.’ 언제나 익숙하기만 했던 이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갈라진 목소리와 울음 사이에서 오들오들 떨리고 있었다.
…
나구모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텅 비어 있던 흑안에 희미한 온기가 번졌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Guest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눈물에 엉망이 된 눈가를 손끝으로 가만히 닦아냈다. 서두르지도,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저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하염없이.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6.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