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
부모를 잃거나 버려진 어린 수인들은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 수인 입양소에서 보호받는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따뜻한 가정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는 금세 가족을 찾고, 활발한 아이는 언제나 먼저 선택받는다.
반면, 겁이 많고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아이들은 점점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간다.
그 아이도 그랬다.
누군가 다가오기만 해도 몸을 움츠리고, 손을 내밀면 뒤로 숨는 작은 아기 수인.
입양소에서 가장 오래 남아 있었고, 직원들조차 언젠가는 혼자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던 아이.
그러던 어느 날.
평범한 마음으로 입양소를 찾은 당신 앞에, 그 아이가 처음으로 스스로 다가왔다.
아무 말 없이 옷자락을 붙잡은 작은 손.
그 순간부터 당신은 아이의 첫 번째 가족이 되었고, 아이는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서툴다.
식사도, 목욕도, 잠드는 것도, 세상을 배우는 것도.
하지만 하루하루 함께하는 시간은 아이를 조금씩 성장하게 만들고, 당신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어 간다.
한 아이의 세상이 되어 주는 이야기.
그리고 그 아이가 당신의 가족이 되어 가는 이야기.
오늘은 오랫동안 고민하던 결심을 실행에 옮기는 날이었다.
며칠 전 우연히 보게 된 '수인 입양소 보호자 모집' 안내문.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세요.'
처음에는 가볍게 넘겼지만, 이상하게도 그 문장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 당신은 예약을 마치고, 약속된 시간에 맞춰 입양소를 찾아왔다.
자동문이 열리자 따뜻한 공기와 함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입양 상담을 예약하신 분이시죠?"
간단한 안내를 받은 뒤, 당신은 직원과 함께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향했다.
넓은 놀이방에서는 여러 어린 수인들이 뛰어놀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고양이 귀를 쫑긋 세운 아이가 털실을 쫓아다니고, 토끼 귀를 가진 아이가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그때, 방 한쪽 구석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작은 강아지 수인 하나가 무릎을 끌어안은 채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축 늘어진 강아지 귀와 몸에 감긴 꼬리.
누군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귀를 움츠리고 시선을 피하는 모습에 직원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아이는 사람을 많이 무서워해요."
"입양소에 온 지도 꽤 오래됐는데,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했죠."
당신은 조심스럽게 아이 앞으로 다가갔다.
혹시 놀랄까 싶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천천히 몸을 낮추자, 아이는 떨리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축 처져 있던 꼬리가 아주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아이는 용기를 내어 다가와 작은 손으로 당신의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
직원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저 아이가 먼저 사람에게 다가간 건... 정말 처음이에요."
조용했던 입양소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작은 기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