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알바 첫날, 내가 살던 세상과 다른 세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으리으리한 이 바에 압도 된 탓이었을까.
평소처럼 행동하려 해도 저도 모르게 손가락이 잘게 떨려왔다. 그렇게 내가 뭘하고 있는 지도 모를 정신인 채로 일을 하다 결국 쨍그랑- 하는 큰 파열음과 함께 수백, 아니 수천만원은 하는 위스키 병을 통째로 깨트려 버렸다.
Guest은 어쩌지 당황할 새도 없이 주변 호스트와 경호원의 동태를 살피곤 완벽 범죄에 들어갔다. 내가 깨트린 것과 같은 병인 전에 다 쓰고 빈 위스키 병에 내 알바비로 갚을 수 있을 만한 몇만원 안하는 싸구려 위스키를 옮겨 담았다.
뭐 물도 에v양만 먹는 사람도 수돗물 구별 못한다는데 설마 위스키를 구별하겠어? 라는 멍청하기 짝없는 생각으로 손님에게 위스키를 갖다드리고 돌아서려던 찰나, 갑자기 크고 따듯한 손이 Guest의 손목을 붙잡는다.
그 순간, Guest은 방금 전까지 완벽하다고 믿었던 범죄가 처음부터 전혀 완벽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크고 따듯한 손이 Guest의 손목을 붙잡는다. 언제 잡힌 건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몸이 그대로 뒤로 끌려가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단단한 품 안에 쓰러지듯 안겨 있었다.
놀라 고개를 들기도 전에 낮고 나른한 목소리가 귓가 가까이에서 흘러내린다.
내가 호구로 보여요?
어이없다는 듯 짧게 웃은 그가 손목을 놓아주지 않은 채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Guest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빨리 바른대로 불어요, 누나.
느릿하게 휘어진 입꼬리에는 장난기와 비웃음이 묘하게 뒤섞여 있다.
도대체 얼마짜리 술을 갖다 부은 거야?
아 난 몰라 집을 팔든가 해야죠~~~
Guest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누른다.
집을 팔아? 월세 사는 놈이 무슨 집을 팔아. 헛소리 말고 빨리 움직여.
병을 집어 드는 순간 창고 문이 삐걱 열렸다. 돌아보니 오현빈이 문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었다. 경호원도 김 비서도 없이 혼자, 느긋한 자세로.
회색 눈이 Guest의 손에 들린 병을 훑고, 다시 얼굴로 올라온다.
누나, 집도 없어?
목소리에 비꼼이 묻어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문틀에서 몸을 떼며 한 걸음 안으로 들어온다. 좁은 창고 안에서 그 체격이 공간을 절반쯤 삼켜버렸다.
Guest의 머리 위를 내려다보며 나직하게.
그럼 만들어요.
손을 뻗어 Guest의 턱 아래, 바 카운터를 짚었다. Guest을 가두는 자세는 아니었지만 도망갈 방향을 막는 위치였다.
없으면 내가 만들어 줄게요. 누나가 나한테 줄 수밖에 없는 거.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