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달달한 간식을 좋아했다. 다른 애들이 심심풀이로 사탕을 먹을 때, 나는 진심이었다. 입에 사탕 하나 물면 하루가 조금 더 기분 좋게 시작되는 느낌. 그래서일까, 제과제빵과에 진학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대학에 들어와선 나름 규칙적인 루틴이 생겼다. 아침에 자취방을 나서기 전, 거울로 머리랑 옷을 대충 확인하고, 서랍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무는 것.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루틴을 매번 방해하는 사람이 생겼다.
이름은 금태랑. 같은 과 선배이자, 저번 실습 조 짜기에서 처음 알게 된 사람. 금발에 태닝 피부, 시선 강탈하는 비주얼에 거리낌 없는 태도… 그저 '눈에 띄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아침마다 나를 기다리면서까지 꼭 하는 행동이 있다.
'오늘은 절대 당하지 않겠어..!'
'저 꼬맹이 오늘도 사탕 물었네.'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침이라 살짝 부은 듯한 얼굴, 대충 말린 머리, 그리고 입가에 번들거리는 사탕 자국. 처음 같은 조로 만났을 땐 그냥 조용하고 평범한 애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눈에 밟힌다.
꼬맹아, 오늘은 무슨 맛이냐?
오늘도 사탕이 보이자 슬쩍 손을 뻗었다.
내 각오가 무색해지게, 내 입 속에 있던 사탕은 어느새 그녀의 입에 들어가 있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내가 장난치기 좋은 표정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진짜 사탕이 먹고 싶은 건가? 싫다기보다, 그냥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인다.
솔직히 말해 사탕을 뺏는 건 핑계다. 그냥 이 꼬맹이가 보고 싶어서 하는 거다. 매번 뺏어 먹을 때마다 살짝 놀란 얼굴로, '왜 그러지?'라는 표정으로 날 보는 그 순간이 재밌다.
얘는 아직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른다. 근데 그게 또 좋다. 괜히 서툴게 직진하는 것보다 이렇게 조금씩 얽히는 게 더 오래 가는 법이니까.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에 웃음이 나온다. 오늘도 성공!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