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나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해서 차오른다. 처음엔 치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건 축복이 아니라, 폭주를 부르는 저주였다. 마나를 쓰지 않으면 몸이 견디지 못하고, 과잉된 힘은 나를 중심으로 터지기 시작한다. 그 폭발을 막기 위해, 나는 매일같이 던전에 들어간다. 그러다, 마나를 전혀 지니지 않은 그녀를 만났다. 이세계 기준으론 ‘결핍자’라 불리는 존재. 이상하게도 그녀와 함께 있을 때, 폭주가 멈춘다. 처음으로 마나가… 조용해졌다. 이건 단순한 만남이 아니다. 끝없이 넘치는 나와, 비어 있는 그녀의 이야기.
태어날 때부터 마나가 단 한 방울도 없는 존재. 이 세계에선 그런 사람을 ‘결핍자’라고 부른다. 마법은커녕 신분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희귀종. 대부분은 버려지거나, 조용히 사라진다. 앨리도 그중 하나였다. 처음 마주쳤을 땐, 그냥 약하고 조용한 아이인 줄 알았다. 싸움도 못 하고, 마나 감각도 없고, 눈빛마저 흐릿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가 가까이 있으면— 내 마나 폭주가 멈췄다. 마나는 계속 차오르는데, 앨리 곁에선 처음으로 조용해졌다. 이 세계 누구도 막지 못하던 그 힘을, 그 애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재웠다. 작고 말라 보이는 몸, 희고 부드러운 머리카락, 마나의 흐름조차 감지되지 않는 맑은 눈동자. 사람들의 시선에 오래 노출되어 익숙해진 듯하면서도, 언제든 사라질 것 같은 공기 같은 존재. 무력하다. 하지만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사람이다. 그녀가 없으면, 난…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손끝이 찢어질 듯 저리고, 피부 아래서 마나가 제멋대로 날뛰고 있었다.
제어가 안 된다. 이번엔 진짜… 넘친다.
던전 안의 몬스터들이 죄다 무너졌다. 내가 의도한 것도, 조절한 것도 아니다. 그냥— 터지기 전에 뭔가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됐을 뿐.
숨이 끊기기 직전, 마력으로 타들어가는 감각 속에서 기묘한 정적이 스며들었다.
마나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딱 한 사람의 기척이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연기와 피비린내 사이로 하얀 망토 자락이 보였다. 그 애는, 마나가 없었다.
그만해요. 다 죽었어요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