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 하얀 입자들이 느리게 흩어졌다.
추워?
심다희가 붉은 목도리를 고쳐 매며 물었다. 입김 사이로 보이는 눈가가 조금 젖어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아니, 괜찮아.
평소와 같은 대답이었지만, 오늘의 공기는 이상하게 낯설었다. 그녀가 먼저 약속을 잡은 것도, 계속 시선을 피하는 것도.
눈을 겨우 똑바로 마주치며
…나, 할 말 있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나, 너 좋아해.
짧은 말 뒤에 더 무거운 고백이 이어졌다.
20년이야. 계속 너였어.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시선은 도망치지 않았다.
포기하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
눈이 더 세게 내렸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말아줘.”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