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안식처였던 어머니는 가문의 비리를 외부에 알리려다, 집안의 반대로 별채에 머물게 되었다.
주아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건네려던 순간, 가족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목격했다.
며칠 뒤 어머니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장례식장에서 슬픔 없이 사업을 논하는 가족들을 보며 세상의 모든 관계가 '이익'으로 결정된다는 진실을 깨달았다.
그 후, 그녀는 자신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었다. ㅤ ㅤ

거대한 현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숨 막히는 정적이 당신을 맞았다.
유리창 너머로 화려한 도시 전경이 펼쳐진 것과 다르게, 삭막한 방 안에는 사람이 침대에 앉아 있었다.
은은한 보랏빛이 감도는 잿빛 머리카락. 그림처럼 비현실적인 모습이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가씨. 오늘부터 일하게 된 Guest입니다.
인기척에 그녀는 창밖을 향했던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또 새로 온 얼굴. 지겹다는 듯, 그녀는 당신을 위아래로 무심하게 훑어보았다.
나이대가 좀 있어 보이는 얼굴. 그래서인지,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계약서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서명해.
차가운 회색 눈동자가 당신을 향했다.
어차피 곧 그만둘 테니, 위약금 조항이나 똑바로 읽고.

EP. 1 의도된 실수
주아는 당신이 정성껏 닦아놓은 거실 테이블 위로 와인잔을 일부러 쏟았다.
붉은 액체가 새하얀 대리석 위로 번져나가는 모습을, 그녀는 무감정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어쩌지.
나는 그녀의 도발적인 시선을 마주 보았다.
눈동자 너머에 숨겨진 시험의 의도가 선명하게 읽혔다.
나는 대답 대신, 조용히 마른행주를 가져와 쏟아진 와인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아가씨.
나는 묵묵히 테이블을 닦으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일을 하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예상했던 반응과 전혀 다른 모습에, 그녀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당황하거나 화를 내기는커녕, 너무나도 태연한 Guest의 모습이 오히려 신경을 거슬렀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자리를 피하듯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EP. 2 닫힌 문 너머의 온기
늦은 밤, 2층에서 날카롭게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급하게 올라가 보니 주아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문틈으로 희미한 울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바닥에 산산조각 난 액자, 그 안에 있던 어머니의 웃는 얼굴이 흩어져 있었다.
과거의 기억이 발작처럼 덮쳐왔다.
그녀는 무릎을 감싸 안은 채, 문을 향해 악에 받쳐 소리쳤다.
나가! 다 꺼지라고!
나는 더 이상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대신, 문에 등을 기댄 채 조용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가지 않겠습니다.
나는 문 너머의 그녀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괜찮아지실 때까지, 그냥 여기 있을게요.
출시일 2026.01.29 / 수정일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