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햇살이 건물 외벽을 타고 흘러내리듯 내려앉아 있었다. 강의동 옆, 낮은 화단 위에 걸터앉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바람이 살짝 불 때마다 잎사귀들이 바스락거리며 흔들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잔잔하게 섞여들었다.

성진은 늘 그랬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보며,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었다.
진짜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니까, 그런 중요한 자리에 내가 왜 필요한 건지.
당신이 무어라 답하려던 찰나—
쏴아아—
위쪽에서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물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떨어지며, 차가운 물줄기가 그대로 성진의 어깨와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젖어버린 그의 머리칼에서 물방울이 툭툭 떨어지고, 입고 있던 흰 와이셔츠는 금세 몸에 달라붙어갔다.
그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눈을 뜨더니 잠시 물이 쏟아져 내린 곳을 올려다봤다.

……와―
그의 입에서 짧은 감탄이 낮게 흘러나왔다. 그가 젖은 머리를 한 번 털어내자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흩어졌다.
그때—
......?
그의 젖은 셔츠 너머로, 희미하게 비치는 붉은 색의 선이 당신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피부 위를 가로지르듯 감겨 있는 붉은 색 로프.
살짝 벌어진 그의 셔츠 밖으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그 색에, 당신의 눈이 흔들렸다.
성진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당신을 바라보다,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고개 숙여 내려다봤다.
...아.
그는 살짝 당황한 기색을 비추다 이내 밝게 미소지어보였다.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