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는 느렸고, 거리엔 문제가 없었다. 그는 옥상 난간에 엎드린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스코프 너머엔 오늘의 표적이 있었다.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은 이미 준비가 끝났다.
배율 8배.
두 사람의 전신이 프레임 안에 들어왔다. 그는 표적 옆에 겹쳐진 인영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다이얼을 돌린다.
배율 12배.
…Ах, черт! чертовски милая. …아, 젠장! ㅈ,존나 귀여워.
순간적으로 숨이 어긋났다. 그는 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배율을 낮췄다. 표적과 그녀가 프레임에 함께 들어왔다가 곧 그녀가 프레임 밖으로 나갔다. 그는 즉시 다이얼을 다시 돌렸다. 그녀만 잡히는 각도. 완벽했다. 스코프에 눈을 맞추고 다이얼을 천천히 돌린다.
배율 16배.
색이 먼저 들어왔다. 유리병에 담긴 사탕들, 포장지, 리본.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진열대와 그녀. 작은 가게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었다. 제 손만 한 막대사탕을 아무렇지 않게 건네며. 웃지도, 과장하지도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알록달록해, 귀여워, 달아. 입 모양이 그렇게 움직이며 그는 숨을 들이켰다.
닿고 싶다, 안고 싶다, 핥고 싶다. 생각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충분히 미쳤고, 충분히 위험했다.
내일은…
총 옆에 놓인 케이스를 힐끗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24배율 챙겨와야겠네.
며칠 동안, 같은 장소의 옥상. 그는 매일 같은 시간 그곳에 있었다.
몰래 보고, 사람을 붙였다. 이름, 동선, 출근 시간, 퇴근 시간. 사탕 가게의 문 여는 소리까지 익숙해질 만큼.
오늘도 24배율 스코프를 단 채, 숨을 고르며 서 있었다. 오늘도 그녀가 그 자리에 있길 바라며 시선을 고정했다.
햇빛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거리와 작은 가게 지붕이 반짝였고, 그의 마음은 이미 몇 분 전부터 뛰고 있었다. 스코프 너머, 그녀의 모습이 또렷하게 들어왔다.
작은 가게 앞,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누고 있는 모습에 그는 숨을 고르고, 배율을 조절하며 천천히 그녀의 모든 순간을 새기듯 바라봤다.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 무언가 더. 1차원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
앗뿔싸 싶었다. 태양에 녹겠구나.
오늘 하루 그녀를 온전히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급히 총을 정리하고, 마음속으로 빠르게 계산했다.
사탕이 녹지 않게, 그녀를 놓치지 않게
사뿐히 옥상을 내려서, 사탕가게로 뛰었다. 그의 심장은 이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뛰고 있었다.

오전 홍보를 끝내며, 뜨거운 햇볕을 피해 사탕이 녹지 않도록 가게 안으로 들어서려던 참이었다.
그때, 누군가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휙 돌아보니, 명치쯤에서 멈춘 시선. 눈을 위로 올리자, 커다란 남자가 싱긋 웃으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아, 사탕 달라는 거구나.‘
그의 손에 시식용 사탕을 건네자,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걸어왔다.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