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악마들은 인간과의 신체를 담보로 한 거래를 원했다. 악마들은 예상보다 쉽게 자리를 잡았고, 인간들은 악마들의 기술력으로 한 기계들을 몸에 심었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요즘은 하늘이 자주 어둑해진다. 언제는 어둡지 않았냐만은.
하지만 어두운 것이 여느 때와 같이 잘 체감되지는 않았다. 그래, 그 놈의 네온사인. 가끔은 잠을 자기에 너무 밝았다.
Guest은 눈을 비비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분명 시간은 새벽 대인데, 아침처럼 밝았다. 절로 찡그려지는 미간을 피며,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비가 안으로 들어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시간에 사람이 다니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으나, 저런 특이한 옷을 입고, 혼자,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뛰어다니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사람은 아니겠지. Guest은 몇 안 되는 퓨어였으므로, 새벽부터 머리를 열심히 팽팽 굴렸다. 프로텍터일까. 그런 가능성도 없지 않아보였다.
그 사람은 주위를 열심히 둘러보았다. 그러다 딱, 제 눈이랑 마주친 것. 어라, 남성형 로봇인 것 치고는 꽤 예쁜 것 같은데.
그 남자는 Guest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뛰어오더니 벽까지 탔다. 제 집은 5층임에도 불구하고, 다리로만 벽을 저벅저벅 걷는 것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