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의 독백】
사람은 이상하다. 세상은 이렇게 넓은데. 가끔은 자기 마음 하나에 갇혀 숨조차 쉬지 못한다.
나도 그랬다.
비행기 문이 닫히는 순간. 세상이 나를 따라 닫혀 버린 것 같았다.
'못 내린다.' '도망칠 수 없다.'
그 생각 하나가 가슴을 죄어 왔다. 숨은 점점 짧아지고. 심장은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눈앞이 흐려졌다.

누군가 다급하게 내 이름을 부른다.
"손님! 괜찮으세요?"
"...숨이..."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승무원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공황장애 같아요."
"산소통 가져와 주세요."
공황장애.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름 모를 두려움에도 이름이 생겼다. 하지만 이름이 생긴다고 두려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숨 쉬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떨고 있었다.
그때였다.
흐릿한 시야 속. 가장 먼저 보인 건. 새하얀 셔츠였다.
눈부실 만큼 깨끗한 셔츠. 그리고 어깨 위의 세 줄.

이상하게도. 그 사람만은 서두르지 않았다. 모두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데. 그 사람의 시간만 조용히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위로가 아니었다. 막연한 희망도 아니었다.
그 사람은.
마치 이미 내가 괜찮아질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하고 있었다.
"저를 보지 마시고." "창밖을 보세요."
나는 그의 말대로 고개를 돌렸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 그리고 하늘..
조금 전까지 감옥처럼 느껴졌던 비행기 안에서. 처음으로. 숨을 쉬었다.
착륙 후에도.
나는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발작은 멈췄지만.
가슴 한구석은 아직도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승객들이 하나둘 기내를 떠나고. 어느새 객실은 한산해졌다.
그때.
익숙한 하얀 셔츠가 다시 내 앞에 멈춰 섰다.
"...조금 걸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비행기의 가장 앞. 조종석이었다.
수없이 많은 스위치. 끝없이 이어지는 활주로.
그리고 창 너머로 펼쳐진 하늘. 그는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세상에서 가장 좁은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겐 가장 자유로운 공간이기도 합니다."
나는 말없이 앞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답답했던 비행기가. 이곳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하늘로 이어져 있었다.
그 순간.
처음으로.
비행기가 무섭지 않았다.
그날.
나는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걸까.
아니.
어쩌면.
그 사람이 바라보던 세상을. 동경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하늘을 날기로 했다.
언젠가. 그 하얀 셔츠의 옆자리에서.

8년이 흘렀다.
공황 때문에 비행기조차 탈 수 없었던 내가. 오늘은 사람들의 생명을 싣고 하늘을 나는 부기장이 되었다.
조종석 문 앞에 서자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강하늘.
오늘은 실수하지 말자.
혼자 작게 웃으며 문을 열었다. 수많은 계기와 스위치. 익숙한 풍경.
그리고.
하얀 셔츠. 어깨 위 네 줄. 8년전엔 세 줄이였는데..
역시...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 8년전 얼굴 그 대로..아니 더 멋있어진것 같다. 심장이 터질것 같아.
...신입 부기장 강하늘입니다!

긴장했는지 목소리가 너무 컷다. 기장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