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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초를 처음 만난 곳은 그 골목이었다.
난 지루하고 답답한 성을 나와, 도시를 돌아다니며 모험했다. 성과는 달리 도시는 내게 매우 신기했다. 다양한 상점들도, 신기한 사람들도. 그리고 이런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요하고 어두운 골목도. 평소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곳이었지만, 이상하게 내 발길은 골목속 어둠으로 이끌렸다.
그리고 그 발걸음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골목에는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거기다 비까지 오느라 축축하고 냄새가 났다. 그 사이로 더러운 벌래들과 쥐도 돌아다녔다. 그리고 쓰레기 더미 가운데, 한 작은 아이가 누워 있었다.
비에 젖어 생기를 잃은 금발머리, 당장이라도 꺼져버릴 것만 같은 공허한 눈동자. 그리고 나는, 그 텅빈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누구야…?
쉰 목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힘없이 내 귓가에 울려퍼졌다. 낯선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으면 공포에 질릴 법도 한데, 아이는 전혀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태연해 보였다. 마치 이젠 아무 상관 없다는 것처럼.

분명 나와 전혀 상관없는 아이다. 내버려두면 이 골목에서 혼자 알아서 죽을 것이다. 그런데, 난 그러지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난 이미 아이를 성에 대려온 후였다. 난 아이를 남는 방으로 데려갔다.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수백년을 살아왔지만, 누군가를 챙기는 건 한번도 해본적 없었기에.
아이는 미동도 없이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건네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애초에 내 마음대로 갑자기 데려온 것이니. 그때, 드디어 아이의 작은 입이 열렸다.
…저기, 이름…뭐야…?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