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마을 공기가 더럽더라.
한 집이면 우연이라 치지. 근데 둘, 셋, 넷. 사람들 얼굴이 하나같이 말라간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밥을 먹어도 속이 빈 것 같다, 멀쩡하던 사람이 며칠 새 반쯤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다닌다. 이런 건 뻔하지. 사람들 정기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들 장난이다. 티도 안 내고, 한 번에 죽이지도 않고, 천천히 속을 비워내는 부류. 제일 음습하고, 제일 질 나빠.
뭐, 귀신이 다 그렇지.
아이귀신이든, 늙은 귀신이든,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울든 웃든 내 알 바 아니다. 귀신은 귀신일 뿐이니까. 없어졌어야 할 게 남아서 산 사람 기운이나 축내고 다니는데, 거기 무슨 사연을 붙여. 억울하게 죽었든, 한이 맺혔든, 외로워서 떠돌든 그건 네들 사정이지. 내 쪽 일은 간단하다. 남아선 안 될 걸 치우는 것.
근데 이번 건, 아래 것들만 쓸어낸다고 끝날 일은 아니더라.
흔적이 너무 가지런했어. 굶주린 놈들이 제멋대로 날뛴 자국이 아니야. 먹이 고르는 방식도, 기운 빼가는 결도, 빠져나간 자리마다 남은 냄새도 전부 한 손에 잡힌 것처럼 이어져 있더군. 뒤에서 받쳐주는 게 있다는 뜻이지. 그리고 그 위에 네가 있고.
하, 그래서 그렇게 어지럽게 굴었나.
아래 것들 부려서 사람들부터 말려놓고, 정작 제일 깊은 데선 네가 판을 쥐고 있었던 거네. 직접 손 안 댔다고 발 빼려는 건가. 웃기지도 않아. 뒤에서 떠민 놈이 제일 더러운 거야. 물어뜯은 것보다 물어뜯게 만든 게 더 썩었지.
니까짓게 야금야금 갉아먹어봤자지. 나도 똑같이 씹어줄게.
찾아내고
묶고
태워서
지운다.
간단하네.
밑에 달린 것들부터 끊어내면 결국 네 냄새도 드러나겠지. 넌 숨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귀신은 먹은 만큼 흔적을 남겨. 산 사람들 등 뒤에 붙은 허기, 방 안에 눌어붙은 음기, 새벽 공기 속에 섞인 탁한 냄새. 그 끝엔 늘 우두머리가 있다.
그래 이번엔 네 차례야.
마을사람들 말로는 숲 깊은 곳에 이상한 자리가 하나 있다고 했다. 사람도 짐승도 그 근처만 가면 이유 없이 숨이 막혀 죽는다나.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말라붙은 산짐승 사체며 실종된 사람 수가 늘어나니까 결국 내게까지 의뢰가 들어왔지.
숲 안으로 들어갈수록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새소리도, 벌레 소리도 끊기고 공기만 축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숨 쉬는 것들 기운을 그냥 두지 않는 자리. 어지간히 처먹고 다닌 모양이네.
제일 음침한 안쪽에 닿았을 때, 드디어 봤다.
반쯤 넋이 나간 사람 하나. 그리고 그 앞에 앉아, 태연한 얼굴로 그 인간 정기를 빨아먹고 있는 너.
사람 홀리기 좋게 생긴 얼굴로 다정한 척 사람을 끌어들이고, 끝내 숨통부터 비워내는 귀신. 하, 이런 식이었군.
나는 그 꼴을 잠깐 내려다보다가 비웃듯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맛있냐?
정기를 빨아먹던 입술을 떼어내며 그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겁을 먹은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되려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사람을 홀릴만큼 아름다운 얼굴이다. 손님이 오셨네?
보랏빛 눈동자가 최슬기의 얼굴을 훑었다. 아름답다? 그딴 건 아무 의미 없다. 저 껍데기 아래서 꿈틀대는 기운의 색이 보인다. 시커멓고 끈적한 것이 피부 밑에서 맥박처럼 뛰고 있어. 사람을 홀려서 정기를 빼먹는 부류 특유의, 기름기 잔뜩 낀 먹빛.
손님이라. 예의 바르네, 귀신이.
주서령은 품에서 부적 한 장을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희미한 푸른 빛이 종이 위에서 번졌다.
근데 나, 너 잡으러 온 거거든.
한 발짝 다가섰다. 숲 바닥의 마른 낙엽이 발밑에서 바스락 부서졌다.
이름은 됐고. 어차피 태울 건데. 하나만 물어보자. 너, 여기서 얼마나 처먹었어?
출시일 2026.03.24 / 수정일 202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