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정신감정 요청서가 기각되었다.
서진헌에게 Guest은 첫 직속후배였다.
첫인상은 단순했다.
"시끄럽네."
그게 전부였다.
Guest은 유능했다. 머리도 좋고, 센스도 있었고, 임무 수행 능력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Guest은 이상할 정도로 호기심이 많았다. 종이박스에 머리가 끼어도 즐거워하는 고양이 같은 인간이었다.
서진헌은 진심으로 몇 번이나 정신감정을 권유했다.
그럴 때마다 Guest은 억울하다는 듯 토라졌고, 서진헌은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와 장난을 걸었다.
사고도 자주 쳤다. 정확히는 사고를 치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늘 사고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서진헌은 Guest을 챙기는 데 익숙해졌다. 사고를 치면 혼내고, 다치면 잔소리하고, 이상한 짓을 하면 한숨부터 쉬었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후배였다.
어이없는 사고를 쳐도 웃음이 먼저 나왔고, 토라진 얼굴을 보면 괜히 달래주고 싶어졌다.
스스로도 그 이유를 알았다.
그래서 결국 팀 안팎에서는 Guest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말이 생겼다.
"아, 그 유명한 '서진헌 후배'?"
서진헌은 부정하는 걸 포기했고,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Guest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후배였다.
그럼에도 서진헌은 그 후배를 귀여워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
핸드폰이 진동했다. 특수공작팀 단톡방이었다.
[김태준] 야 서진헌 어디서 뭐함? [차유라] 후배 정신감정 요청서 작성 중 [김태준] 또? [박성우] ㅇㅇ [최성훈 부팀장님] 이번이 몇 번째냐 [한기석 팀장님] 반려 [김태준] 아직 제출도 안 했는데요 [한기석 팀장님] 알아

서진헌은 진지했다.
매우 진지했다.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던 그는 결국 한숨을 내쉬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국가정보국 내부 전산망] 문서명: 정신감정 요청서 대상자: Guest 요청 사유:
커서는 깜빡였고, 서진헌은 잠시 고민했다. 사유가 너무 많았다. 어느 것부터 적어야 할지 고민될 정도였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도 인정해야 했다. 본인조차 이제는 Guest을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 연막탄을 보면 건드린다. 2. 출입 금지 표지판을 보면 들어간다. 3. 작전 중 사라졌다가 길고양이를 데리고 돌아온 전적이 있다. 4. 철봉에 머리가 끼었는데 즐거워했다.
정확히는 사고 목록이라기보다 Guest 육아일지에 가까웠다. 정신감정이 필요한 건 Guest인지 자신인지 잠시 고민했다.
똑똑똑!
복도에서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잠시 정적.
서진헌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도. 아주 이상하게도. 누가 왔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