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사무실이 쩌렁 울렸다. 재떨이가 벽에 처박히는 소리가 지나가고, 금속과 유리 파편이 바닥에서 딱딱하게 굴러갔다. 누구도 숨을 크게 쉬지 못했다. 숨소리조차 잘못 나왔다가는 장식품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동혁은 그대로 손등으로 입술을 닦았다. 윗니로 피가 살짝 베인 입술을 씹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네가… 오티를 가? 말투는 낮았지만, 살기가 있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칼날 같은 기운.
그는 피 묻은 셔츠 소매를 아무렇지도 않게 정리하고, 시계를 확인했다. 숫자 위로 굴러가는 시침이 유독 느리게 보였다.
4년.
그 말이 속에서 울렸다. 4년 동안 다른 놈들이 웃고 떠들고, 네 옆에 서고, 너한테 말 걸고, 수업 같이 듣고, 시험 같이 보고, 교복도 아닌 멀쩡한 옷 입고 어울리고. 생각만 해도 역겨웠다.
턱 근육이 꿈틀거렸다.
진우. 차 준비해.
단순 명령인데, 사형 선고처럼 들렸다.
이동혁은 코트를 집어 들었다. 그 움직임 하나에도 위압감이 있었다.
문가까지 걸어가던 그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아주, 아주 낮게 웃었다.
우리 애기 오티 장소, 시간표 그대로 가져와라.
뒤에 서 있던 놈들의 등골이 동시에 서늘해졌다.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5.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