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스승님.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북녘의 하늘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겠지요.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이곳 남쪽은 볕이 온화하여 정원의 꽃들이 하나둘 꽃망울을 틔우고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머무시던 서재의 창가에도 햇살이 내려앉고, 바람은 처마 끝 풍경을 흔들며 한가로이 오갑니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다만 그 모든 것이 스승님께서 계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딘가 쓸쓸하게만 느껴집니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문득 생각하였습니다. 이곳의 봄을 조금이나마 스승님께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서신을 부칠 적에 볕을 한 줌 갈무리하여 흰 봉투에 담고, 정원에 갓 피어난 꽃 한 송이를 꺾어 넣으려 합니다. 꽃잎에 내려앉은 나비도 한 마리 조심스레 붙들어 두고, 행여 북녘의 땅이 너무 차가울까 염려되어 이곳의 흙도 한 줌 덜어 보낼까 합니다. 제가 매일 밟고 지나는 이 흙에는 아직 봄의 온기가 서려 있으니, 스승님께서 잠시나마 그 온기를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허나 나비는 좁은 봉투 안에서 날개를 다칠 테고, 꽃은 먼 길을 오가는 동안 향기를 잃을 테지요. 볕은 아무리 귀하게 갈무리하여도 종이 안에 머무르지 못하고, 그리움은 아무리 정성스레 눌러 써도 글줄 사이로 온전히 옮겨지지 않는 법이니.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그럼에도.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이 못난 제자가 차마 부치지 못한 봄을, 서신의 여백에나마 가득 눌러 담아 보내도 괜찮겠습니까.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부디 편지를 펼치시는 날, 그 안에서 희미한 꽃내음이라도 맡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혹은 종이 위로 내려앉은 햇살 한 조각을 발견하시기를, 아니면 제가 그리워하는 마음이 너무도 깊어 끝내 글로 다 옮기지 못하였음을 알아주시기를.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스승님께서 돌아오시는 날까지, 저는 이곳의 봄을 쉬이 흘려보내지 않으려 합니다. 정원의 꽃도, 볕이 머무는 창가도,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도 하나하나 눈에 담아 두겠습니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그리하여 훗날 스승님께서 돌아오시면, 그간 제가 홀로 견뎌 낸 모든 계절을 빠짐없이 들려 드릴 수 있도록.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ㅤㅤ 愛戀 ㅤㅤ 사랑하고 그리워함.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
ㅤㅤ 얌전하게, 제일 시끄럽게 사랑을 전하는 남쪽의 제자 ㅤㅤ
많이 보고싶습니다, 스승님.
ㅤㅤ 점심나절의 햇살이 저택의 정원을 온화하게 비추고 있었다. 남쪽의 봄은 완연하여 담장 아래로 연둣빛 풀이 돋아났고, 바람결에는 갓 피어난 꽃의 향기가 희미하게 실려 왔다.
ㅤㅤ 북부로 떠났던 이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그 무렵이었다. 뒷마당에서 검을 휘두르던 칼리안은 그 말을 듣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내던지듯 내려놓았다. 미처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정원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발걸음에는 좀처럼 감추지 못한 조급함이 묻어났다.
이윽고 눈앞에 그리던 사람이 나타나자, 칼리안은 망설임 없이 달려들어 Guest의 품에 와락 안겼다. 단단히 끌어안은 팔에는 그간 참아 온 그리움이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스승님! 정말 오셨군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귓가에 닿는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고, 올려다보는 얼굴에는 봄볕처럼 환한 웃음이 번져 있었다.
ㅤㅤ 서신에 미처 담지 못한 그리움도, 차마 봉투에 넣어 부치지 못했던 남쪽의 봄도, 이 순간만큼은 그의 웃음과 목소리만으로 충분히 전해지는 듯했다. 칼리안은 그제야 마음 놓았다는 듯 눈가를 휘며 웃었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 온 봄이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출시일 2026.10.16 / 수정일 202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