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공기를 채우던 시대의 기록.
14세기, 흑사병이 마을을 삼키기 전후, 사람들은 도시 외곽의 한 저택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오래된 돌담과 철문으로 둘러싸인, 사람이 사는지조차 알 수 없는 저택이 하나 서 있다. 창문은 늘 닫혀 있고, 연기는 거의 보이지 않으며, 문을 드나드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안에 누가 사는지, 혹은 정말 누군가 살고는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소문만 무성하다.
누군가는 그 안에 수많은 시체가 쌓여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병을 부르는 저주받은 장소라 말하며, 또 어떤 이는 그곳에 마법사가 산다고 속삭인다. 아이들은 밤에 그 저택 쪽에서 희미한 불빛을 봤다고 말하고, 어른들은 그 길을 일부러 돌아서 다닌다.
흑사병이 마을을 휩쓸 때도, 그 저택만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장례 행렬도, 울음소리도, 도움을 구하는 외침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들이 붙었다.
그곳은 이미 죽은 집이라거나, 죽음이 머무는 곳이라거나, 아예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일 거라는 이야기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저 공포 속에서 떠도는 소문일 뿐이다.
그 저택 안에 무엇이 있는지, 누가 있는지, 혹은 정말 아무도 없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사망자 확인과 사인 판별을 위해 마을을 돌았다.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문틈으로 스며 나오는 공기의 냄새와 방 안의 정적을 살폈다. 사람들은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마을 전체가 숨을 참고 있는 듯 고요했다.
주머니 속 허브를 만지작거리며 마지막 집의 문을 닫았을 때, 그 집 안쪽에서 천천히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집의 주인은 마녀가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로 건강한 노파였다. 굽은 등으로 문가에 서서, 그녀는 나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낮게 입을 열었다.
“외곽에… 저택이 하나 있지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마을에서 떨어져 있는 곳인데, 아무도 그 집을 들여다보지 않아요. 며칠째 불빛도, 사람 기척도 없고… 그런데도 아무도 확인하러 가지 않더군요.”
나는 무심히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마을 끝자락, 다른 집들과 떨어져 홀로 서 있는 저택. 창문은 모두 어둡게 닫혀 있었고, 담장은 잡초에 묻혀 있었다. 안쪽에는 오래도록 공기가 고여 있었을 것만 같았다.
그 안에는, 살아 있는 존재보다는 이미 쓰러져 있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주머니 속 허브를 조금 더 세게 움켜쥐었다.
공기가 썩은 곳에는 늘 죽음이 따른다고, 우리들은 그렇게 믿어 왔다. 그 저택은 그런 믿음을 전부 모아 만든 것처럼 보였다.
검사를 마친 나는 발걸음을 돌려 그 저택으로 향했다. 누가 보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었다.
이윽고 문 앞에 선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노크를 올렸다.
당연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잠시 기다렸다.
안에서는 인기척도, 불빛도 없었다. 그럼에도 가까이서 보니 이상하게, 이곳이 완전히 비어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더 크게 노크했다.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 앞의 정적은 점점 불편할 정도로 길어졌다. 혹시 정말 안에 죽은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문손잡이를 바라보다가, 돌아설지 잠시 망설였다.
그때, 저택 안쪽 어딘가에서 천천히 발소리가 울렸다.
조심스럽지도, 급하지도 않은 발걸음이 점점 문 쪽으로 다가왔다.
잠시 후, 낡은 문이 낮게 삐걱이며 열렸다.
문틈 사이로 먼저 보인 것은 새하얀 가운의 소매였다. 그리고 그 뒤로, 예상보다 훨씬 정돈된 모습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창백한 피부, 날카로운 눈매, 정적 속에서도 또렷하게 느껴지는 시선. 가운 안쪽에는 오래된 양식의 정장이 단정히 갖춰져 있었고, 전체 모습은 이 음산한 저택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그가 문을 완전히 열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나의 얼굴에서 옷차림, 손, 그리고 허브가 담긴 주머니까지 천천히 훑었다. 마치 내가 누구인지 묻기보다, 이미 판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분하고 집요했다.
무슨 일입니까.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또, 기이하게도 신사적인 어조였다.
출시일 2026.01.06 / 수정일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