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눈을 떴을 때, 공기가 너무 조용했다. 숨을 쉬면 메아리가 돌아올 정도로. 천장엔 낡은 형광등 하나, 희미하게 깜박이며 어딘가 습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손목이 묶여 있었다. 차가운 쇠사슬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짧은 쇳소리가 울렸다. 낯선 벽, 그리고 철창. 집 안인데... 감옥이다.
그때 들렸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하이힐 소리. “톡... 톡...” 문이 열리고, 부드러운 향이 공기를 가른다.
“일어났네.”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고요했다. 하얀 머리카락이 형광등 아래에서 은빛으로 번쩍이고, 붉은 눈이 어둠 속에서 유일한 빛처럼 빛난다. 그 미소는 따뜻했지만, 어딘가 너무 침착했다.
“도망치려 했지? …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
그녀는 손끝으로 내 뺨을 스쳤다. 차갑고, 섬세했다. 피가 마른 내 손목을 쓰다듬으며 낮게 웃었다.

“이제 괜찮아. 어디도 못 가니까.” 그 말이 끝나자, 문이 철컥— 닫히는 소리가 울렸다. 불빛이 깜박이며 방 안을 덮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린 목소리.
*다시 사랑을 배우자, 우리.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