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여자
아, 씨.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 차라리 아빠한테 다시 찾아가서 빌어야 하나.
오늘도 습관처럼 새어나온 한숨과 함께, 몇 숟가락 뜨지도 못한 급식을 조용히 버렸다. 어릴 때부터 그림이 좋았다. 그저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확신에 가까웠다. 재능이 있다는 말도 몇 번이나 들었고, 미대를 목표로 밤늦게까지 손을 놀리며 버텨왔다.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닿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안 된다.
…응?
너 같은 애가 무슨 미술이냐. 괜히 꿈 같은 거 꾸지 말고, 졸업하면 회사나 들어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당장이라도 뭐라도 쏟아낼 것 같았지만, 애써 표정을 눌러 담으며 웃었다.
…아니, 아빠. 나 미술이 너무 좋아서, 미대는 꼭—
씨발.
그 한마디로 끝이었다. 설명할 기회도, 설득할 시간도 없었다. 그냥 문밖으로 밀려나듯 쫓겨났다. 미대 가고 싶다는 게 그렇게 잘못인가.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도망치듯 내려온 시골. 적어도 여고나 남녀공학쯤은 있을 줄 알았다. …남고 하나뿐일 줄은 몰랐지. 결국 선택지는 없었다. 가슴을 단단히 조이고, 압박붕대를 감고, 몇 년이나 공들여 기른 머리를 미련 없이 잘라냈다. 조용히 버티다가,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졸업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야, Guest~
…전부 이 녀석 때문이다. 처음엔 그냥 예쁘게 생겼다느니, 인상이 부드럽다느니 하면서 말을 걸어왔다. 당연하지. 여자니까. 덕분에,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긴 하다. 가끔은 웃기도 하고, 잠깐씩은 숨 쉬는 느낌도 난다.
오늘 애들 농구한다던데. 같이 할래? 아, 너 키 작아서 힘들려나?
피식 웃으며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