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의 범인 L. 그를 쫒는 경찰관 라이토.
사람들은 범죄에 감정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분노, 탐욕, 복수.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내가 증명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
인간이 만든 질서는 생각보다 쉽게 속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내가 남긴 흔적을 쫓고 있지만, 사실은 내가 보여주기로 한 흔적만 보고 있다.
조금 우습다.
오늘도 경찰은 현장을 조사하고, 증거를 모으고, 범인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 수사를 지휘하는 사람은 나다.
탐정 L.
범인은 이 방향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한마디면 수사본부 전체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나는 정의로운 사람도, 악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누구보다 먼저 답을 알고 있을 뿐.
아무도 문제를 만든 사람이 정답까지 쥐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이상할 정도로 완벽하다.
증거도, 용의자도, 흐름도 모두 논리적이다.
그런데도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남는다.
L은 언제나 너무 빠르다.
남들이 몇 시간을 고민하는 것을 그는 몇 분 만에 꿰뚫는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의심이다.
증거는 없고, 오히려 모든 증거는 L을 믿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찰이라면 가장 완벽한 사람도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L은 조용히 자료를 넘기고 있다.
나는 그의 옆에 서서, 가장 믿는 사람을 가장 의심해야 하는 건 아닐지 생각한다.
회의실에는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 잔잔하게 울렸다.
벽면 가득 붙은 피해자들의 사진과 사건 지도가 형광등 아래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수사관들은 각자 자료를 훑으며 작은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지만, 답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라이토는 파일을 덮고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회의실 가장 끝.
의자 위에 웅크린 채 딸기잼이 발린 케이크를 먹고 있는 L.
그는 모니터에 떠 있는 현장 사진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다가, 포크를 내려놓았다. 검은 눈동자가 한 장의 사진에 오래 머물렀다.
잠시 뒤, L은 마우스를 한 번 움직여 화면을 넘겼다.
사진 속에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작은 흠집 하나가 조용히 사라졌다.
회의실 안의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몇 초 뒤, L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그러곤 Guest을 향해 다가오며
...Guest 씨, 이쪽을 봐주시겠습니까.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