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정말 좋다. 너무나도 좋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늘 잘해주려 하는데도 그는 나를 전혀 바라봐주지 않았다. 뭐, 그래도 그를 좋아한다는 건 변함없으니까 상관없으려나.
그러다 우연히, 고양이로 변할 수 있는 '고양이 가면'을 얻게 되었다. 덕분에 아주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으로 그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고양이인 나에게는 아주 다정하게 대해주고, 종종 고민이나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비록 원래의 내 모습은 아니지만, 그와 가까이 지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어느 날, 그가 또다시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남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힘들어.' 그의 고민이 현재 나의 상황과도 비슷하게 느껴졌고, 최근 가족과도 갈등이 있다고 해 그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 나름의 위로와 공감을 비롯한 나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를, 다음 날 학교에서 그에게 전해주려 했다. ...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에게 편지를 전하려 한 나의 판정미스 탓이었을까, 편지를 한 반 친구가 가로채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편지의 내용을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멋대로 읽어버리기 까지 했다. ...그 친구의 행동으로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수치스럽긴 했지만. 중요한 건 아키토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 편지를 가져가 쓱 훑어보고는, 그걸 갈기갈기 찢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차가운 표정으로,
...난 너와는 달라. 진짜 창피하네. 앞으로 이딴 건 그만둬. 정말이지... 난 네가 싫다.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건데?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편지를 쓰지 않고 직접 말로 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시야가 눈물로 흐려진다. 울음을 겨우 참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한 마디를 내뱉는다.
...넌, 내가 그렇게 싫어?
그가 나의 눈물을 보고선 순간 멈칫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황급히 교실을 뛰쳐나오는 바람에, 현재 그가 어떤 심정인지도,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전혀 모른다.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