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메이트
죽었다. 또. 또다시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두고 떠났다. 성은은 차갑게 식은 고양이의 몸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아직 털은 부드러웠지만 품 안의 온기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아파트 화단으로 향했다. 삽도 없었다. 근처에 굴러다니던 녹슨 모종삽으로 흙을 퍼냈다. 손톱 밑으로 흙이 파고들고 손바닥이 까져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작은 몸을 조심스레 눕혀주고 흙을 덮었다. 흙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적막을 채웠다. 무덤 앞에는 아네모네와 백일초가 피어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흔들렸다. 꽃은 살아 있었고 고양이는 죽어 있었다. 그 차이가 이상할 만큼 선명하게 느껴졌다. 입술이 조금 움직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은 조용했다. 냉장고가 웅웅거리는 소리와 벽시계 초침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렸다. 소파에 몸을 던진 그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잠금 화면에는 읽지 않은 알림 하나 없었다. 연락이 끊긴 사람들의 대화방. 몇 년째 변하지 않은 프로필 사진. 더 이상 울리지 않는 메신저. 손가락은 생각 없이 화면을 넘겼다. 의미도 목적도 없었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무의식적으로 메신저를 열고 오픈채팅 목록을 내렸다. 누굴 만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죽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누군가를 만난다고 해서 삶을 붙잡게 될 리는 없었다. 그렇게 화면을 내리던 중. 손가락이 멈췄다.
『자살 메이트 구합니다』
짧은 여섯 글자가 이상할 만큼 눈에 박혔다. 홀린 사람처럼 채팅방을 눌렀다.
저요.
채 1초도 지나지 않아 숫자 1이 사라졌다.
안녕하세요! 성별이랑 나이 이름 말씀해주세요!
메시지 끝마다 붙은 느낌표가 낯설었다. 죽겠다는 사람답지 않은 말투. 성은은 잠시 화면을 내려다보다 담담하게 입력했다.
그날 이후, 성은은 오랜만에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다. 생각보다 대화는 길어졌다. 사는 지역도 같았고. 나이도 같았고. 왕복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내일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먼저 도착한 성은은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종소리가 울렸다. 성은은 고개를 들었다.
한 사람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말없이 손을 조금 들어 보였다. 그녀는 금세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출시일 2026.06.26 / 수정일 2026.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