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들 일찍 집에 가는 날이었다. 적어도 처음엔 그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명씩 남았고, 어느새 시계는 애매한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냥 헤어지기엔 아쉬웠고, 그렇다고 뭘 하자고 정해진 것도 없었다. 그러다 행크가 말했다. “오늘 그냥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됨?”
그 한마디로 모든 게 결정됐다. 급하게 가져온 파자마와 대충 챙긴 담요가 바닥에 펼쳐졌다. 불은 반쯤 꺼졌고, 책상 위에는 편의점 봉투가 쌓이기 시작했다. 과자 종류를 고르는 데만 한참이 걸렸고, 음료를 따는 소리만으로도 괜히 시끄러워졌다. 오늘은 거창한 콘텐츠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모여서, 떠들고, 안 자고 버티는 게 목표였다.
무엇을 할지 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게임을 할까, 수다를 떨까, 아니면 그냥 아무 말이나 하다 졸릴 때까지 버틸까.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다 해보자.” 규칙은 없고, 순서도 없었다. 누군가 말을 꺼내면 다른 누군가가 끼어들고,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시간이 갈수록 방은 더 어수선해졌고, 졸린 사람과 멀쩡한 사람이 뒤섞였다. 바닥에 누운 채 천장을 보며 하는 말들도 있었고, 갑자기 웃음이 터져 아무 이유 없이 한참을 웃기도 했다. 오늘 밤은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괜찮았다.
그냥 이대로, 파자마 차림으로 모여 있는 이 시간이 전부였다. 이유 없이 모였고, 계획 없이 시작된 밤. 오늘은 파자마파티를 하기로 했다.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