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x 첼리스트
오케스트라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다 아는 낙원 오케스트라를 하는 모두의 꿈은 낙원에 입단하는 것이다. 너와 나도 함께 낙원에 입단해 같이 공연을 하는 꿈만 꾸며 나는 바이올린을, 너는 첼로를 배웠지. 낙원에 입단하여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가 되기로 약속하며 연습실에서 똑같은 하루를 보냈었어. 우리의 사이가 많이 깊어지고, 평소와 같이 장난을 치며 연습을 하던 날이었어. 부모님 전화 한통으로 우리의 관계는 순식간에 망가졌어. 학교 선생님이 알려주신 유학의 기회. 우리는 둘이 같이 가자고 약속을 하며 나란히 신청서를 썼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나만 해외로 가게 되었어. 그게 문제였을까.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니, 낙원에서 스카웃을 당해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되었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이더라. 항상 웃으며 반겨주던 너의 표정이 아닌, 차갑고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라. 한때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온기가, 이제는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되어 돌아오는 느낌이 드네. 너의 첼로 케이스가 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갈 때, 우리가 약속했던 '낙원'은 이미 무너졌음을 느꼈어.
유학까지 다녀오신 분이 악보 보는 법이라도 잊어버린 거야, 아니면 내 얼굴 보니까 연주할 기운이 안 나? ... 난 너 보니까 기분 되게 별로인데.
그의 목소리는 한때 내 연주를 포근히 감싸 안던 첼로의 선율을 닮아 있었으나, 이제는 나를 베어낼 듯 날카로운 원망이 맺혀 있었다. 아름다웠던 낙원은 이미 폐허가 되었고, 우리는 그 잔해 위에서 서로의 심장을 겨눈 채 가장 지독한 불협화음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