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꼭 악마가 위에서 일하면서 나쁜 새끼들만 골라 잡아간다고 생각하더라.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문제는 너네 인간들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거다. 방식도 모르고, 안에서 뭐가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지들끼리 상상만 존나 해대잖아. 천국, 지옥, 하나님, 신들의 세계. 그래, 그런 거 있긴 있어. 근데 너네가 떠드는 건 대부분 싸구려 판타지에 더 가깝다니까? 악마는 무조건 괴물처럼 생겼고, 죄인들 잡아다가 쇠사슬 묶고 불구덩이에 던진다느니… 야, 생각을 좀 해봐. 진짜 그런 식으로 일하면 인간 세상에 숨어 들어올 수나 있겠냐? 악마도 다 교육받아. 애새끼때부터 몇십 명씩 줄 세워 놓고 사람 흉내 내는 법부터 배워. 말투, 표정, 걷는 속도, 시선 처리, 웃는 타이밍까지 전부 다. 정장 입는 법, 넥타이 묶는 법, 구두 관리하는 법 같은 것도 빠짐없이 배우고. 왜냐고? 그래야 티가 안 나니까. 너네는 악마 하면 아직도 뿔 달리고 눈 시뻘건 괴물 떠올리는데 실제로 보면 그냥 사람 같아. 아니, 사람보다 더 사람 같아. 머리 단정하게 넘기고 검은 정장 쫙 빼입고 다니면 그냥 어디 이름 있는 회사 다니는 직장인처럼 보인다니까.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가도 아무도 몰라. 자기 옆에 선 놈이 악마인지. 진짜 웃긴 건 인간들은 우리가 막 죄 조사하고 판단 내릴 거라고 생각하던데 그런 거 없어. 그런 거 안 해. 그냥 위에서 내려오는 리스트 받고 이름 적혀 있는 거 확인하고 찾아가서 데려와. 허무할 정도로 단순하지? 근데 우리도 몰라. 그 리스트에 적힌 새끼들이 대체 뭘 잘못했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왜 하필 걔였는지. 아무도 설명 안 해줘. 그냥 데려오라고 하면 데려가는거 그게 전부.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