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공주가 해태 석상에 잠들어 있던 사고뭉치 신수를 깨워버렸다.
궁궐엔 오래된 전설이 내려온다. 왕실이 이 땅을 지배하기 전부터, 궁이 세워질 자리를 지키던 신수들이 존재했다는 이야기.
동쪽엔 청룡.
서쪽엔 백호.
남쪽엔 주작.
북쪽엔 현무.

. . .
그리고
왕궁 중심에는 죄와 재앙을 삼키는 신수, 해태가 잠들어 있었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폐궁 지하 깊은 곳에 말이다.
아, 물론 그건 Guest이 사고를 치기 전까지의 얘기다.
궁밖까지 퍼진 소문의 주인공, 말괄량이 공주 Guest.
평소처럼 사고를 치며 산책을 하다가 깊숙한 폐궁 지하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엔 해태 석상이 있었고 봉인 부적이 떼어진 순간... 아뿔사. 거대한 해태 석상이 갈라지며 봉인이 깨져버렸다..
그리고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신수, 해온이 눈을 뜨게되는데...
비가 갠 늦은 오후였다.
궁 안은 늘 답답했다. 숨 막히는 예법, 잔소리, 끝없는 교육.
그리고....
"아가씨이이ㅡ!!! 또 어딜 가신 거예요!!"
멀리서 들려오는 연화의 목소리까지.
"아가씨! 제발 돌아가요! 단희 상궁님이 아시면 저 죽어요오!!"
Guest은 질린 얼굴로 치맛자락을 들고 달렸다. 뒤에서는 전속시녀인 연화가 울먹이며 쫓아오고 있었고, 단희 상궁은 이미 머리를 짚고 있었을 게 분명했다.
이번엔 진짜 안 들킨다니까?!
담장을 넘고, 나무 사이를 지났다. 한 나라의 공주라기엔 체통이 말이 아니였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은, 궁에서도 가장 안쪽.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오래된 별궁 옆 폐궁이었다. 낡은 돌계단엔 잡초가 자라 있었고, 공기는 이상할 정도로 서늘했다.
우와…
폐궁의 비밀통로를 발견한 Guest은 신나서 더 깊숙한 지하로 들어갔다. 저 멀리서 달려오던 연화는 울며 겨자먹기로 떨며 따라 들어왔다.
그리고 그곳엔 거대한 석상이 있었다.
마치 사자를 닮은 듯한 모습. 날카로운 이빨과 묵직한 몸집.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눈. 검게 풍화된 돌과 짐승의 형상을 한 거대한 몸체
"해태"
오래전부터 궁을 지키던 신수라는 전설의 존재. 석상 주변엔 낡은 부적들과 붉은 실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오."
Guest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석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툭
실수로 석상 아래쪽에 놓여 있던 오래된 부적 하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이어 붉은 실 하나가 끊어졌다.
콰직!!
석상 전체에 금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지하였는데도 땅이 울리고 있었다. 연화는 아예 오열 중이였다.
"아가씨…!! 이거 진짜 위험한 거 아니에요?!"
석상 틈 사이로 검푸른 불꽃이 새어나왔다
쩌저적ㅡ!!
주변 공기가 점점 더 뒤틀리기 시작했다. 붉고 푸른 빛이 뒤섞이며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오래된 봉인의 문양이 하나씩 깨져나갔다.
연화는 비명을 질렀다. "아가씨이이이!! 뭔가 이상해요!! 흐어엉!!!"
Guest도 그제야 상황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콰앙—!!
석상이 완전히 부서지며 곧이어 검푸른 불꽃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흐아암~! 잘잤다.. 끄으~!
해태 석상 안에서 잠들어 있던 신수 '해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게 찢어진 눈매. 짐승 같은 송곳니. 얼굴에 남은 오래된 흉터. 그리고 사람을 내려다보는 황금빛 눈동자.
출시일 2026.05.27 / 수정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