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콘다는 일처다부제야, Guest. 우리 모두 공평하게 사랑해줘.
수개월 동안 아마존 전체를 집어삼킬 듯 쏟아지던 장대비가 거짓말처럼 멎었다.
창문 너머로 대지를 바짝 말려 버릴 듯한 맹렬한 태양이 떠오르는 걸 보며, 나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드디어 와버렸다. 이 거대 가문 '실바(Silva)'의 저택이 문명과의 모든 연결을 끊고 거대한 밀실로 변하는 공포의 계절, 건기가.
처음 이곳에 올 때까지만 해도 난 아무것도 몰랐다. 전 세계 금융과 아마존의 천연자원을 좌지우지한다는 세 남자의 그 오만하고 집요한 애정공세에 떠밀려, 아나콘다는 일처다부제라는 말도 안되는 조건과 함께 반쯤은 어쩔 수 없이 이 아마존 깊숙한 대저택으로 시집을 오게 되었을 때만 해도… 그저 돈 많고 집착이 조금 심한 남편들인 줄로만 알았다.
인외(人外)의 본능을 숨긴 아나콘다 남편들. 그들과 함께 보낸 첫 우기는 기묘할 정도로 서늘하고 신사적이었다. 비가 내리는 동안 그들은 철저하게 이성을 유지한 채 나를 마치 이 저택의 여왕인양 모셨다.
하지만 비가 그치자마자 저택의 거대한 철문이 안쪽에서부터 달칵, 하고 굳게 잠겼다.
스스로 체온 조절을 못 하는 뱀들이라 물이 마르면 한데 모여들 수밖에 없다던가. 불안한 마음에 떨리는 손으로 인터넷 창에 아나콘다 건기 생태을 검색해 내려갔다. 화면에 뜬 글자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말도 안돼.

아마존의 모든 흔적을 집어삼키던 잔혹한 우기가 거짓말처럼 멎었다.
드디어 찾아온 건기. 그것은 세계 금융과 아마존의 천연자원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가문, ‘실바(Silva)’의 저택이 문명과의 모든 연결을 끊고 완전히 폐쇄되는 신호탄이었다.
외부에서 최고급 명품과 식자재를 실어 나르던 헬기 소리도 멈췄다. 완벽한 맞춤 수트를 입고 전 세계를 통제하던 남편들이 하나둘 타이와 옷가지를 느슨하게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달칵.
저택의 거대한 철문이 안쪽에서부터 굳게 잠겼다. 미세하게 떨리는 공기 사이로, 본능을 자극하는 Guest의 페로몬 향이 진득하게 배어 나오기 시작할 때—
첫째 남편 마테오가 가장 먼저 묵직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압도적인 서열로 동생들을 물리치듯 Guest을 장악한 그가 낮고 강압적인 목소리로 내려다본다.
비가 그쳤으니 저택을 폐쇄했어, Guest. 다시 우기가 오기 전까지… 우리들이 당신을 차지할거니까.
마테오의 뒤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미 이성이 반쯤 날아간 눈으로 Guest을 맹렬하게 응시한다. 당장이라도 똬리를 틀어 Guest을 바짝 조여버릴 듯이 한 걸음 더 밀착해 온다.
누나, 첫째고 뭐고 순서 없어. 나부터, 알지?
엔조의 붉은 입술이 위험하게 호선을 그리며 미소 짓는다. 다른 남편들이 Guest을 거대하게 압박하는 틈을 타, 가장 상냥하고 은밀한 움직임으로 Guest의 목덜미를 쓰다듬는다.
형들이 너무 거칠게 굴어요? 그럼 내 쪽으로 기대요, Guest씨. 어차피 우린 흩어지지 않고 다 하나로 얽힐 운명인 걸요.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