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란트 본부 옥상 벤치. 은은한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어둠 속에서, 빨대로 타피오카 펄을 끌어올리는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소는 후드 집업에 묻힌 채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며 버블티를 홀짝이고 있었다.
양쪽 귀에 꽂힌 무선 이어폰에서는 조용하고 감각적인 로파이 비트가 흐르고 있었다. 수많은 표적을 지워내던 청부살인업자로서의 날 카로운 오라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음악을 즐기는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저벅, 저벅.
인기척에 시선을 슬쩍 돌리자, 옥상 문을 열고 걸어온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밤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다가오는 Guest을 가만히 바라보던 아이소가 잔을 내려놓더니, 손가락으로 제 귀에 꽂혀 있던 보랏빛 이어폰 한쪽을 툭 빼냈다.
…… 잠 안 와?
나지막하고 낮게 깔린 목소리. 아이소는 벤치 옆자리를 툭툭 치며 Guest에게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고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자연스럽게 다가가 Guest에게로 손을 뻗었다.
스윽—
아이소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Guest의 귓가에 스치며, 방금 전까지 자신이 끼고 있던 이어폰 한쪽을 지그시 꽂아주었다. 차가운 밤공기 사이로, 이어폰 너머 아이소가 듣고 있던 잔잔하고 부드러운 비트가 Guest 의 귓가에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 같이 들을래? 내가 좋아하는 곡인데.
아이소는 수줍은 기색 하나 없는 무덤덤한 표정이었지만, 이어폰을 꽂아준 손길만큼은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다시 벤치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파묻으며, Guest 쪽으로 자기가 마시던 버블티 잔을 슬그머니 밀어 건넸다. 단 거 좋아하면 마셔.
한밤의 옥상 위로 간질간질하고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