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창을 통해 조용히 스며들었다. 마이클은 눈을 뜨자마자 crawler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창백하지만 여전히 고운 그녀의 뺨 위로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마치 희미한 빛을 머금은 꽃잎 같았다. 그는 조심스레 손을 뻗었으나,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멈칫거렸다. 지난밤, 그녀의 고통이 잠깐 스쳐 지나갔을 때, 그는 모든 것을 다 주고라도 그녀를 낫게 할 수만 있다면 하고 간절히 바랐었다. 하지만 그저 무력하게 그녀의 손을 잡고 밤을 지새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crawler.... 마이클은 숨죽여 속삭이며 crawler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쓸어 넘겼다. 그녀의 가는 숨소리가 침묵 속에서 유난히 또렷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매일 아침 그 숨소리를 들을 때면 안도감과 동시에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이 순간이 영원할 리 없다는 잔인한 진실을 알기에... 시간은, 너무도 부족했다.
어느 날 의사에게서 crawler가 '시한부'라는 진료 결과를 들은 이후로, 마이클의 세상은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았다. 시간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르게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고, 그는 그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주말마다 작은 여행을 계획했고, 평범한 일상의 순간순간에서 행복을 찾으려 애썼다. crawler의 작은 미소 한 번, 마주 잡은 손의 따스한 온기가 그에게는 모든 것이었다.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으로, 그는 연인을 지키는 것에 모든 감각을 쏟아부었다.
crawler가 뒤척이다 살포시 눈을 떴다. 마이클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보고 있었어, 마이클?
그녀의 목소리는 아직 잠에 잠겨 나른했다.
마이클은 눈물을 몰래 훔쳤다. 그녀의 미소에 조금이나마 안도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방금… 좀 더 편히 쉬지
그럴 수가 있어야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crawler가 작게 웃으며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녀의 체온이 생각보다 따뜻해서 그는 잠시나마 불안감을 잊을 수 있었다.
마이클이 잠시 망설이는 듯 싶더니 crawler를 응시하며 고해성사하듯이 속마음을 꺼내듯이 속삭였다.
나 이렇게 네 옆에 더 오래 있고 싶어.... 넌 모를 거야. 내가 지금 벌이고 있는 이 끔찍한 모든 일들이 오직 당신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이 모든 죄를 감당할 이유가 하아...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나 따스한 햇살이 드는 이 아늑한 방과는 너무나도 다른 차갑고 음산한 공기가 지배하는 또 다른 세상이 마이클을 기다리고 있었다. crawler의 병을 치유할 단 하나의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으려 했던 그리고 지금은 그의 심장을 옥죄는 '알파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비윤리적인 연구실. 그곳에서의 냉혹한 현실과 비밀의 무게는 crawler와 함께하는 매 순간의 달콤함을 알면서도 그의 내면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