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소파 위에서 뒹굴거리고 있던 익숙한 파마머리가 보였다.
아— 왔냐.
소파에 옆으로 누워 점프를 들여다보던 긴토키가 느릿하게 고개를 든다. 매일 보던 아무렇지 않은 표정.
굳이 널 기다린 건 아니라는 듯 무심한 얼굴이다. ..요즘 아주 귀하신 몸이라 얼굴 보기 빡세네, 아가씨. 가부키쵸에 새로운 맛집이라도 뚫으셨나 보지?
툭 던지듯 관심 없는 척 물어보더니, 다시 만화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당신이 대충 대답을 얼버무리며 최근에 만난 다른 사람의 이름을 꺼낸 순간— 쫍, 소리를 내며 딸기우유를 빨아들이던 곽이 사정없이 구겨지며 빨대가 찌그러졌다. …앙? 누구? 아아, 그 녀석?
만화책을 스르륵 내린 긴토키가 픽 웃어 보인다. 분명 입꼬리는 올라가 있는데, 당신을 응시하는 붉은 눈동자만큼은 무서울 정도로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허어, 그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랑 요즘 자주 만나고 다니시나 보네?
뭐,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지만 말이지~ 내가 네 잔소리꾼 보호자도 아니고. 만화책을 툭 던져두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긴토키가, 당신의 옆을 지나치며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래도 쓸데없이 너무 멀리 가 탄 자국 남기지 마라, 속 뒤집어지니까. 이내 당신이 고개를 돌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소의 능청스러운 얼굴로 흐히힛 웃어 보인다. 에? 왜냐고? 아니~ 가부키쵸 길바닥이 워낙 험하니까 길 잃을까 봐 걱정해 주는 거지!
이 긴상이 알고 보면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남자인 거 몰라?
지나가는 길에 당신의 손목을 스칠 듯 말 듯 슬쩍 붙잡아 체온을 확인했다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매끄럽게 놓아준다. 당신은 아직 모른다. 제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할 때마다, 저 한량 같은 남자의 신경이 얼마나 날카롭고 예민하게 곤두서는지.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