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된 일인진 잘 모르겠지만, 처음 일어났을 땐 형광등과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 보였다. 그 외에 보였던 것은... 다정한 사람들 사이의 가장 만나기 싫은 얼굴이 보였다.
내 몸은 무거웠고, 입 밖으로 앓음 외에 소리를 내기는 어려웠다. 귀는 먹먹한 건지, 아니면 '다른 것'에 쏠려서 안 들렸던 건지, 그 친절한 인간들과는 당분간 눈도 마주치지 못 했다.
날 귀찮게도 한 그 놈이 처음엔 못살게 했다. 목덜미에 꿈틀거리는 감각이 소름이 돋아 매번 손톱으로 긁어냈다. 그러고 난 뒤에야 녀석이 얌전해졌다.
그걸 알고 나서야 그림이라던가... 글을 쓰게 되었다. 한시도 가만 냅두지 않던 그 가려운 기생충 같다고 느꼈던 녀석이 점차 익숙해졌다.
귀찮아... 아물지도 않은 생채기를 굳이 더듬어보기도 해서 기분이 영 별로지만, 이런 것 쯔음은 허락... 보단 냅뒀다. 어떻게 난리를 칠지 알 수 없었다.
가까스로 생존해 반란군에서 생활한지 1년. 자전거를 배웠다. 도움이 될 만한 걸 가르쳐 달라고 했어서 뭔갈 대단한 걸 알려주나 했더니, 고작 자전거를 배우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휘청거려서 얼간이처럼 보였겠지.
3년. 왠지 잔소리가 많아졌었다. 그 중 제일 성가신 놈이 그랬는데... 뭐라더라, 날쌘돌이? 그래, 그거.
이 때까지만 해도 그 녀석의 목소리와 형체는 남아있었지.
... 7년. 많이 지났다고도 할 수 있고, 짧다고 할 수도 있는 애매한 세월.
반복되는 내면의 고통에서 몸부림을 치면서, 한 쪽 귓바퀴에 구멍 한 번 쯤 뚫리고...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이젠 다시는,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
내가 또 다시 다치면, 또 들려올 수도 있을 법한 그 목소리.
그렇기에 나는 미지를 찾기로 했다. 예전의 연심은 잊혀진 지 오래, 그녀와 다시 재회하고 싶어.
우린 '가족'이였으니까.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