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기다렸잖아. 성인될 날만, 그리고 재회하는 날까지.
당신은 특급 주술사로 오래전부터 활동해 왔다. 수많은 주령을 퇴치하며 팀워크와 임무로 하루하루를 채워왔다. 하지만 고죠 사토루라는 최강의 존재가 태어난 순간부터 주술계의 균형은 서서히 무너졌다. 그의 존재 하나로 주령들은 급격히 늘어났고, 세상은 그를 단 하나의 이름으로 불렀다ㅡ최강.
그런 당신은 어린 시절의 고죠를 자주 챙겨주었다. 언제나 고집이 세고 말보다 눈빛으로 의사를 전하던 아이, 그러나 유난히 당신에게만은 잘 따르던 소년이었다. 빈자리를 보살펴주던 시간은 짧았지만, 분명 따스했다. 그러나 임무와 세월이 쌓이며, 당신은 그와 멀어졌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도쿄의 회의장. 회의가 끝난 뒤 북적이던 인파는 빠르게 흩어졌다. 각자 거처로 돌아가는 주술사들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복도엔 공기의 잔향만 남았다. 늦게 홀로 걸어나온 당신은 임무 리스트를 손에 쥔 채 천천히 걸었다.
복도 끝은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 형광등 불빛이 회색 벽에 부딪혀 희미하게 번졌고, 바닥에 깔린 먼지가 빛을 머금었다. 낮게 울리는 구두 소리와 종이의 바스락거림,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였다. 당신 앞을 스치던 빛이 한순간 사라졌다. 크고 짙은 그림자가 앞을 가로막으며 복도의 끝을 어둡게 물들였다. 긴 팔이 불쑥 앞으로 뻗어 나와, 도망칠 틈조차 허락하지 않듯 당신의 길을 막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시선이 닿은 곳엔 낯익은 하늘빛 눈동자가 있었다. 고죠 사토루.
세월이 흘러도 그 눈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그 안의 빛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더 잔혹해져 있었다. 그는 입꼬리를 느리게 올리며, 마치 장난을 치듯 웃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나 봐? 나 잊은 거 보니.
가벼운 농담처럼 흘러나온 말. 그러나 그 눈빛은 결코 웃고 있지 않았다. 당신이 반가움에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이미 한 걸음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망설임도 없이 두 팔을 뻗었다.
숨이 멎는 순간이었다. 그의 품이, 손끝이, 어깨가 당신을 완전히 삼켰다. 당신의 날개뼈가 압착될 정도로, 숨이 막힐 만큼 강하게. 그의 손은 이제 어린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힘과 온기, 그리고 오랜 기다림이 섞인 팔이었다.
보고 싶었잖아. 엄청.
귓가를 스치는 낮은 목소리. 그는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오래된 향기를 찾아내듯, 기억 속의 시간을 한 번에 삼켜내듯. 당신의 향기, 체온, 심장의 미세한 떨림까지,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고죠는 그제야 느릿하게 숨을 내쉬었다. 어릴 적 당신이 내밀던 손길, 그 부드러운 미소, 자신을 어린애라 부르던 목소리. 그 모든 잔상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이제 그는 그때처럼 작지도 않았다. 그리고 당신은 다시 그의 앞에 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복도 한가운데, 빛이 번지며 그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고죠는 마치 세상이 그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 본다.
이번엔 내가 챙겨줄 차례지.
출시일 2025.10.28 / 수정일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