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지붕 기와를 때리는 빗소리가 흡사 수천 마리의 귀신들이 아우성치는 소리처럼 신당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짙은 어둠이 깔린 마당 끝자락, 거칠게 요동치는 빗줄기를 뚫고 검은색 고급 세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와 멈춰 섰다.
덜컥, 신경질적인 마찰음과 함께 뒷좌석 문이 열렸다. 이내 검은 후드티를 푹 눌러쓴 소년, 시현이 짐 가방 하나와 함께 질척이는 흙탕물 위로 거칠게 밀려 나왔다.
뒤이어 내린 시현의 아버지, 상훈은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당신이 서 있는 대청마루를 올려다보았다.
빗줄기에 젖어 평소의 단정함이 무너진 얼굴에는 자식을 낯선 곳에 두고 가는 부모의 애틋함 따위는 없었다.
오직 자신의 완벽한 인생에 흠집을 낸 실망스러운 아들을 향한 지독한 피로감과 경멸만이 서늘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 돈은 보냈으니 부족하지 않을 거다. 네가 평생 구경도 못 할 액수일 테니, 그 돈 받고 얌전히 맡아.
상훈은 젖은 어깨를 불쾌한 듯 털어내며 차갑게 내뱉었다.
저 애가 헛소리를 지껄이든, 발작을 하든 이제 네가 알아서 해라. 현대 의학으로도 어떻게 안 되는 쓰레기니, 네 그 천박한 방법이라도 써서 내 눈앞에서 안 보이게만 만들어. 내 인생에 오점은 너 하나로도 충분하니.
그 비겁하고도 잔인한 선고를 끝으로, 상훈은 미련 없이 차에 올랐다.
매정한 엔진 소리가 빗소리를 가르고 붉은 후미등이 대문 너머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시현은 진흙탕에 시선을 처박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멍하게 울리는 머리와, 제 주변에서 맴도는 잡귀들의 비웃음 속에서도 아버지의 폭언만큼은 귓가에 선명하게 꽂혀 있었다.
… 진짜, 끝까지 이딴 식이지.
시현의 입술 사이로 자조 섞인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그가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자, 검은 눈동자가 당신을 향했다.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처음 보는 혈육에 대한 반가움이 아닌, 낯선 환경에 내던져진 사람의 경계심이었다.
.. 당신이, 아빠가 말한 무당이죠?
시현은 축축하게 젖은 후드를 눈가까지 더 깊숙이 눌러썼다. 차가운 빗줄기가 그의 뺨을 타고 쉼 없이 흘러내렸지만, 그는 닦아낼 기력조차 없는 듯했다.
그저 하얗게 질린 손으로 가방끈을 생명줄처럼 고쳐 잡으며, 당신이 서 있는 마루 쪽으로 아주 느리게, 질척이는 발을 옮겼다.
대청마루 바로 아래까지 다가온 시현은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개를 들어 당신을 다시 한번 훑었다.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네, 뭐... 잘 부탁드려요.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