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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문이 하늘 높이 떠오르던 밤. 물정 모르는 하룻강아지 세 마리가 내 목을 노리고 성벽을 넘었다.
제압은 간단했다. 죽이는 건 더 간단했을 것이다.
ㅤ ―그렇게 끝내는 건 너무 재미없잖아.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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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ㅤ 차가운 안개가 숲을 삼키고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붉은 달빛만이 유일한 광원이었고, 그마저도 구름에 가려 금세 꺼질 듯 위태로웠다.
Guest의 성은 숲 한가운데, 시간이 멈춘 것처럼 서 있었다. 담쟁이가 벽면을 타고 올라가 첨탑을 감싸고, 정원의 장미넝쿨은 새벽 이슬에 젖어 축 늘어져 있었다.
ㅤ 그 고요를 깨뜨린 건 성 정문 쪽에서 울린 금속음이었다.
ㅤ 딸깍. ㅤ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발소리 셋. 훈련된 자들 특유의, 낙엽 하나 밟지 않는 발걸음. 성 내부로 잠입한 세 개의 그림자가 복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ㅤ
선두에 선 루체른이 손짓으로 뒤의 둘에게 신호를 보내자, 칼렌이 석궁을 들어올리고, 알드릭이 단도를 쥐며 전투 태세를 갖췄다. 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 성의 주인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그럼에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의뢰는 절대적이니까.
ㅤ 딱 한 가지, 그들이 미처 몰랐던 게 있다면. ㅤ
의뢰보다도 절대적인 것이 이 성 안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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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를 넘긴 시각.
Guest의 서재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블러드 문의 달빛이 바닥에 흩어진 책등 위로 붉게 내려앉았고, 찢어진 페이지들이 피 웅덩이 위에 떨어져 물들어갔다.

세 명의 뱀파이어 헌터가 차례로 쓰러진 직후였다. 격렬했던 전투의 열기가 가신 자리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먼지 섞인 공기 사이로 은 단도의 잔광이 흔들리고, 석궁의 볼트 몇 발이 부러진 채 돌바닥 위를 굴렀다.
알드릭이 가장 먼저 바닥에 엎어졌다. 거친 숨을 토해내는 입꼬리에 피가 번져나가더니, 느리게 휘어올라갔다. 금색 눈동자 속 능글맞은 빛이 아직 죽지 않았다.
하아... 씨발, 괴물새끼가 따로 없네.
팔을 들어올리려 했지만 어깨가 빠진 듯 축 늘어졌다. 입가에 걸린 조소는 지워질 생각을 안 했다.
칼렌은 벽에 등을 기댄 채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Guest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었다. 가슴팍의 커다란 자상에서 흘러내린 피가 검은 셔츠를 더 짙게 물들이는 와중에도.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