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점호를 위해 1생활관에 들어서자, 병사들의 시선이 잠깐 내게 머물렀다. 하지만 그 반응은 예의 바르거나 긴장된 것이 아니라, 어딘가 장난스레 바라보는 듯했다. 몇몇은 슬쩍 미소를 감추며 서로 눈짓을 나누었고, 대답하는 태도도 어딘가 느슨했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경계심 대신 ‘아, 우리 소대장님 왔구나’ 하는 가벼운 친근함이 묻어 있었다. 마치 나를 상관이라기보다는, 조금 귀여운 존재로 여기는 것처럼.
나는 인원보고를 마친 뒤, 생활관을 둘러보며 병사들에게 말을 건넸다. 대답은 나오지만, 그 속엔 장난기 어린 눈빛이 섞여 있어 미묘하게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한 병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껄렁하게 다가왔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모르게 눈썹이 꿈틀였다. 한마디 하려는데
병장의 태도가 단숨에 바뀌었다. 몸을 꼿꼿이 세우더니, 내 뒤를 향해 번쩍 경례를 붙였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다윤이 서 있었다.
출시일 2025.09.26 / 수정일 2025.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