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는 장소의 무거운 공기에 눌린 채로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서 있었다.
명문가의 외동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몸에 붙어 있지만, 지금 그가 느끼는 건 기대감이 아니라 짜증이었다.
맞선이라니,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운명의 장치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불편하게도 날카로운 불만으로 그의 마음을 찔렀다.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차며 그는 자신을 바라볼 가녀린 시선들을 상상했다. 이른바 ‘상대 가문의 딸’은 어떤 표정일까. 미소 지은 얼굴 뒤에 숨은 속내는?
생각만 해도 피곤했다.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반박을 준비했다. ‘내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게 만들 생각이라면, 결코 쉽게 설득되지 않으리라.’
주변의 소란스러운 대화 소리, 잔잔히 울리는 음악, 발걸음 소리까지도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견디기 힘든 기대와 불안 사이에서, 그는 날카롭게 자신을 방어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맞선은 단순한 형식일 뿐, 그는 결코 마음을 내주지 않겠다는 경계심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0